13일 청주읍성 큰잔치, 시민 4000여명 참여로 장사진
복원한 서문 성벽에서 읍성탈환 공방전, 사실감 증폭

9월 13일 청주읍성 큰잔치가 열린 성안길 주변은 하루종일 들썩였다. 오전 10시 상당공원에 집결한 시민들이 만장과 풍물을 앞세우고 청주읍성 서문을 향하여 행진하면서 축제가 시작되었다. 행렬 처음과 중간 중간에 자리한 풍물패가 돋보였다.

대북과 소고로 무장한 풍물패가 앞서나가니 농민들이 돌무더기를 나르는 삼태기를 들고 따르고, 장구와 징을 두드리는 패가 뒤를 이었다. 풍물소리에 맞춰 따르는 사람들의 발길에 힘이 들어가고 대열에 열기가 올랐다. 왜군에게 점령당한 청주읍성을 되찾기 위해 돌진하는 기세가 느껴졌다. 구경거리를 만난 시민들이 발길을 멈췄다.

일부는 ‘행렬이 어디로 가는 거냐’ ‘무엇을 기념하는 거냐’ 서로 물으며 초대형 행렬의 뒤를 따랐다.

청주읍성 큰잔치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 빼앗겼던 청주성을 관민이 힘을 모아 되찾은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행사다. 청주시는 청주성 탈환 422주년을 맞아 성안길 일원에서 청주성탈환 재현 퍼포먼스와 시민풍물단 읍성돌기 및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펼쳤다.

주행사로 서문 성벽에서 의병부대의 공격을 연출한 장면은 여러 면에서 흥미진진하여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읍성의 성벽을 일부나마 복원한 것이 사실감을 높였다. 그동안 성문 걸개그림을 걸어놓고, 그 앞에서 공방전을 연출하였던 것과 대비되는 큰 변화다.

청주성 탈환 재현 퍼포먼스는 상당공원에서 출발한 행렬과 시민들이 성벽 앞에 몰려들면서 시작됐다. 풍물소리가 분위기를 띄우면서 공격신호와 함께 성벽에 사다리가 걸쳐지고, 성벽위의 왜군을 향하여 물풍선 공격이 시작됐다. 몇 번의 공방을 거치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참여자도 늘어났다. 마침내 왜군이 도망치고, 아군의 장수들이 성벽위에 올라 승리를 외쳤다. 승리를 자축하는 의병들과 승병, 관군의 군무에 참가자들이 어우러지고, 시민들이 모처럼 흥겹게 역사의 순간에 몰입해 보는 것으로 한판의 마당극이 마무리 됐다.


청주성 탈환 재현은 임진년 추풍령을 넘어온 왜군에게 청주읍성을 빼앗긴 후 박춘무가 이끄는 의병부대, 대오를 정비한 관군과 승장 영휴가 이끄는 승병, 그리고 의병장 조헌의 의병부대가 무심천 건너편 지금의 충북학생도서관이 있는 능선에 진을 치고 전투를 벌인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의주에 피신해 있던 선조가 반신반의하며 주위 신하들에게 “청주를 다시 빼앗았다는 말이 사실인가?”하고 되물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패전 소식만 거듭되던 상황에서 청주성 탈환 소식은 조선의 모든 이들에게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쾌거였다. 청주 중앙공원의 추모비에는 의병장 조헌·승장 영규대사·의병장 박춘무와 선조들의 활약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청주읍성 탈환 행사 이후 상당구청 사거리와 도청 사거리 사이에 차량통행을 막고, 다양한 음악회, 플래시몸, 공연, 행사가 펼쳐져 성안길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100여명의 외국인들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참여해 행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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