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신응섭, 청주인근 두꺼비 얘기 담은 <두껍아 두껍아> 출간

지난 8월 두꺼비 서식환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책이 출간됐다. ‘청주에 있는 낙가동방죽과 오송습지에서 펼쳐지는 새끼두꺼비들의 희망이야기’라는 다소 긴 부제를 단 <두껍아 두껍아>.

저자 신응섭(48) 씨는 사진작가다. 수년 간 낙가동 방죽을 주 무대로 하여 청주 인근의 두꺼비들을 찾아 앵글에 담았다. 그는 전국의 아름답고 의미 있는 생태환경을 기록하고 이야기로 전달해 왔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숨어있는 자연의 보물을 사진으로 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그의 시선은 이동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 두꺼비들의 뒷모습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였다.

사진/육성준 기자

신 작가는 5년 전 TV뉴스를 통해 청주의 한 방죽 인근에서 촬영한 두꺼비들의 로드킬 장면을 보고 곧 바로 현장을 찾았다. “새끼두꺼비들이 본능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 도로 위를 떼 지어 이동했다. 버스와 승용차가 계속 그 위를 지나갔다”며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그는 이후 아예 짐을 싸서 청주로 내려와 두꺼비를 관찰했다. 며칠이 몇 달이 되고 두꺼비가 방죽에서 태어나 산으로 이동하고 다시 방죽으로 돌아오는 생태를 충분히 살펴보는 데에 5년이 걸렸다. “두꺼비생태환경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적으로 훌륭한 도시로 주목받을 만하다”는 것이 청주에 대한 신 작가의 견해다.

‘하늘에서 온 두꺼비지킴이’

낙가동 방죽 인근의 농부들에게 두꺼비의 출현과 이동은 매년 마주하는 익숙한 모습이다. 신 작가는 “두꺼비는 대도시에서는 사라진 자연이고, 전국 곳곳에 도로가 놓이면서 자연은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라며 두꺼비생태환경을 주목하는 이유를 전했다.

청주인근에서 대표적으로 두꺼비 로드킬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청주의 지북동 방죽·장암동 방죽·낙가동 방죽·미원면 월룡저수지·강내면 저산저수지 등이 꼽힌다. 2003년 원흥이방죽의 두꺼비와 더불어 청주의 대표적 산란지였던 지북방죽의 경우 10년 만에 개체수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꺼비 서식환경과 관찰시 주의할 부분이나 모니터 방법 등 세세한 정보와 자료들은 청주가 축적한 또 하나의 지적자산이다. 원흥이 두꺼비에서 시작된 10여년의 기록들은 사진동화집 발간에 큰 도움이 됐다.

신 작가는 ‘두꺼비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무엇을 기록할 것인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면서 이들을 보며 표지에 ‘희망이야기’라는 부제를 넣게 됐다고 귀띔했다. 두꺼비친구들이 ‘하늘에서 온 두꺼비지킴이’로 보였다고도 했다.

“이동하는 새끼두꺼비들이 배수로에 빠질까봐 망 사이에 생긴 홈들을 일일이 정성껏 손으로 메우는” 작은 실천들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뜻에 공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귀성행렬과 두꺼비 대이동은 닮은꼴

▲ ‘청주에 있는 낙가동방죽과 오송습지에서 펼쳐지는 새끼두꺼비들의 희망이야기’ <두껍아 두껍아>.
신 작가는 자연생태에 관심을 두고 보존되어야할 자연의 보물을 기록해 왔다. 출간한 책으로 <독도 괭이갈매기의 꿈> <우포늪 가시연꽃> <순천만 여름이야기, 짱뚱어 이야기> <송이버섯 이야기> 등이 있다. 모두 여러 해에 걸쳐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한 우리 삶터의 귀한 생명이자 자원들이다. 제주의 곶자왈과 강원도 곰배령의 야생화, 지리산 반달곰 등을 기록할 계획도 세워 놨다. 그는 관찰하는 사물에 몰입해 일인칭으로 독자와 이야기하며 소통한다.

교과서 만화를 그리고 세밀화를 그려온 이력도 ‘생태작가’로서 활동하는데 기반이 됐다. 책으로 엮이기까지 벽에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인 출판계에서 생태사진동화집 연작 출간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자신만의 장르를 묵묵히 구축해 가는 작가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두껍아 두껍아>의 책장을 펼치면 두꺼비이동로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새끼 두꺼비들이 걸어 나올 것 같다. 봄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대이동의 현장은 얼마 전 추석을 맞아 전국 도로에 줄지어선 귀성차량의 모습과 닮았다. 두꺼비의 로드킬 장면은 낯익은 낙가동과 오송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청주시민으로서 느끼는 사진동화집 한권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신 작가는 청주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고 했다. 카메라 앵글 넘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깊은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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