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진덕왕 대에 알천공(閼川公), 임종공(林宗公), 술종공(述宗公), 호림공(虎林公), 염장공(廉長公), 유신공(庾信公)이 있어 남산 우지암에 모여 나랏일을 의논하였다. 그때 몸집이 큰 호랑이가 그 자리로 달려들자 공들은 놀라 일어났다. 그러나 알천공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태연히 담소하며, 호랑이 꼬리를 붙잡아 땅에 던져 죽였다. 알천공의 완력이 이와 같아 상석에 앉았지만, 공들은 모두 김유신의 위엄에 복종하였다.
<삼국유사 기이 제1 진덕왕 중애서>

근혜왕 대에 무성공(無性公), 청원공(請怨公), 인제공(湮帝公), 태호공(殆虎公), 을동공(乙瞳公), 기춘공(奇春公)이 있어 북악 기와집에 모여 나랏일을 의논하였다. 하루는 몸집이 큰 씨름협회장이 “입씨름 말고 실제 씨름으로 겨루라”고 조롱했다. 그러자 무성공이 발끈해 “여기가 어딘데 우리를 조롱하냐”며 입씨름으로 패대기를 쳤다. 무성공의 완력이 이와 같아 상석에 앉아지만, 공들은 모두 기춘공의 위엄에 복종하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월12일 씨름협회 행사에 참석했다가 축사 대신 호통을 치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박승한 씨름협회장이 “여기 국회의원들이 많이 오셨는데, 입씨름을 많이 하시는 것보다 실제로 씨름대회로 겨뤄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면 심판을 보겠다”고 농담을 던지자 “국회에서 여러분들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기가 막히다”고 운을 뗀 뒤 “우리 씨름을 중국한테 유네스코 등재를 빼앗기는 동안 여러분은 무엇을 했냐”고 질타한 것이다. 결국 성대영 유네스코 씨름등재추진위 부위원장이 공식 사과했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역시 정치인들은 입씨름의 천하장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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