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국 한국교통대 전자공학과 교수

▲ 류연국 교수
세계 각국의 국가경쟁력을 조사·평가하여 순위를 부여하고 발표하는 두 기관이 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다. 두 기관의 국가경쟁력 발표가 있을 때마다 언론은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상승했다느니 하락했다느니 하며 호들갑을 떨곤 한다.

지난 5월에 발표된 국제경영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지난해보다 4단계 하락한 26위다. 2010년에 23위였다가 2011년에 22위로 올라 작년까지 22위를 유지하다가 금년 평가에서 26위로 추락했다. 공교롭게도 세계경제포럼이 9월에 발표한 우리의 국가경쟁력도 26위로 작년의 25위에서 한 단계 하락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작년 발표에서 2012년 19위에서 2013년 25위로 6단계나 하락하는 결과를 나타냈는데 결국 국제경영개발원의 발표에서 4단계 하락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두 기관 모두 우리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는 NGO기구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 또한 우리의 질서 수준을 확인하는 객관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2013년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5.5점으로 177개 국 중 46위이다.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는 27위이다. 심히 우려되는 것은 우리의 부패인식지수 또한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에 39위이던 것이 점점 하락하여 46위에 이르렀고 OECD 국가 중에서도 22위이던 것이 27위로 다섯 단계나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무질서, 즉 부패에 의한 것이라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정치권과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요인들을 방치하고 눈감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적지위를 남용했음에 틀림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나라들은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앞선 나라들이다. 국가경쟁력이 큰 나라들은 당연하게도 부패인식지수 순위가 앞선 나라들이다. 부패하지 않은 나라가 경쟁력도 있고 잘 사는 나라라는 의미이다. 부패하지 않고 청렴도가 높다는 것은 국가발전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들에 따르면 청렴도 수준은 미래의 잠재된 경제발전 가능성과 국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적 지위는 정말 세계가 놀랄 만큼 성장했다. 1953년에 67달러에 불과했던 GDP가 지금은 2만 4000달러를 넘어서는 국가로 발돋움했지만, 국가경쟁력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의 정치권을 바라보노라면 부패인식지수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기조차 틀린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의식 있는 국민이 질서를 지켜가면서 정치권과 이 나라의 지도층에 ‘사적 이익을 위하여 공적 지위를 남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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