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고 교류 협력을 위해 경쟁적으로 추진해 온 외국 대학과의 자매결연 사업이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적게는 6~7개 대학에서 많게는 30개 대학과 자매결연 내지 교류 협력을 체결하고 있는 도내 대학들은 교수와 학생 상호 교환, 공동연구와 세미나 개최 등 구체적인 교류 내용을 합의하고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더욱이 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국제협력연구소’ ‘국제교육원’ 등 외국대학과의 교류를 전담하는 부설 기관까지 두고 있으나 결연 대학과의 교류는 미비한 채 연례적인 세미나 개최나 학생들의 어학연수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북대학의 경우 지난 1988년 미국 메인대학과 교직원과 학생교환, 공동연구 및 세미나 개최를 내용으로 자매대학 체결을 맺은 이후 세계 14개국 30개 대학과 자매대학 체결을 맺고 있다.
이들 대학과는 대부분 인사 교류를 약속했으나 교수를 상호 교환한다거나 학생들의 교류는 극히 미미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미국과 호주, 일본 등 기존에 결연을 체결해 오던 나라 외에 키르기즈스탄, 베트남, 인도, 몽고, 우크라이나 등 제 3세계권 국가의 11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해 학생과 교직원, 연구원의 교류를 약속했으나 이 또한 눈에 띌 정도의 교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연변과기대학에 1명의 학생이 나가 있고 내년 3월 중국에 1명을 내보낼 계획을 갖고 있는 정도다.
청주대학은 충북대학 보다 더욱 미비한 실정이다. 82년 종합대학 승격이후 외국대학과의 자매결연이 활발하게 맺어져 미국 등 영어권 국가와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8개국 19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청주대 또한 교직원과 학생의 교환을 비롯해 학술교류를 약속하고 있지만 상시적으로 교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단지 지난 5월 미국 센트럴 커넥티컷 스테이트 대학에 교환교수를 파견한 것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사교류 또한 학생들의 어학연수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결연 체결 이후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 대학도 있어 자매대학 결연이 실질적인 교류가 목적이 아닌 대학의 전시성 생색내기 사업 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청주대 관계자는 “학교의 국제적인 홍보와 교류를 위해 교류가 가능한 외국 대학들과의 결연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약속한 교수나 학생들의 교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방문과 관계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산만 낭비
외국 대학과의 결연사업에 대해 국내외 홍보효과를 증진한다는 긍정론과 일회성, 전시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비판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입장에서는 세계 여러나라 대학과 결연을 맺음으로써 신입생 유치와 대학의 국제적 위상 제고 효과를 높일 수 있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매년 미달되는 학과가 생기는 등 신입생 유치가 갈수록 힘겨워지는 상황에서 결연 사업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 대학과의 결연은 체결 이후 실질적인 교류추진 여부와 상관없이 상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 학생들도 해외 연수 등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 교류가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면 신입생 유치에도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여주기식 또는 일회성 이벤트라는 비판에는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는 충북지역 대학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외국 대학과의 결연은 대학가에서 붐처럼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 대학과의 결연이 전시성 이벤트에 그침으로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을 경우 보통 10여명의 대표단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 경우 체류비와 행사비, 각종 기념품 등 경비가 최소 몇 천만원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면 몇억원의 예산이 결연 사업에 사용되는 셈이며 학교 예산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사립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경우 항공료를 자신들이 부담한다 하더라도 호텔 숙식비와 기념품, 행사비 등의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고 있다. 국제 행사인 만큼 경비가 만만치 않아 많은 경우 수천만원의 경비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류를 추진하는 대학입장에서는 사용되는 경비에 비해 홍보 효과가 더 크다는 반응이다.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결연을 맺을 경우 들어가는 경비가 적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행사를 한다고 해도 그만한 경비가 필요하다. 오히려 국제 교류라는 타이틀에 비해 예산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한 대학 관계자의 말처럼 자매결연 사업을 학교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해 온 것이다.
외국대학과의 교류가 지지부진한데 대해 국내 대학이 안고 있는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충북지역 대부분 대학의 국제 교류 인력은 한두명에 그치고 있으며 예산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실에서 인적 교류를 추진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많고 시스템 자체가 국제화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나 대학 국제교류의 부진이 충북지역 대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우리지역 대학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히 지방의 경우 영어권 국가에서 오려는 학생을 찾기도 힘든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원대 국제 교류 활발 눈길
대부분의 대학이 외국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도 교류가 지지부진한데 비해 서원대학교의 경우 적극적으로 교직원과 학생들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어 타 대학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원대는 지난 92년 중국의 북화대학과 국내 최초로 교류협정을 체결해 연간 100여명의 학생이 상호 교류하고 있으며 북경 수도사범대학과도 현재 교수 3명과 10명의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96년 교류 협정을 맺은 미국 조지메이슨대학에도 현재 2명의 교수가 파견돼 있으며 방학을 이용해 학생 40명을 상호교류,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서원대 관계자는 “외국 대학과의 결연은 실질적인 교류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2개 대학은 협정을 맺고도 상호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협정을 파기했을 정도다. 교직원과 학생 교환 뿐 아니라 문화 교류도 활발해 연변대학에 60명의 교수와 학생을 보내 중국 동북부 교육문화 탐방을 실시 했으며 11월에는 연변대 민속공연단을 초청, 공연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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