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꾼 4명이 12일간 걸었던 생생한 체험기

골반엔 멍, 굳은살, 피멍, 이 고난의 길 끝에는 꿈 같았던 추억이…

요세미티 공원에서 김홍

미국의 ‘존 뮤어 트레일’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캐나다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과 함께 세계 3대 트레일로 꼽히는 곳이다. 태고의 원시를 간직하고 빙하기 이후의 원시자연과 세코이아 거목과 함께 가슴 저리도록 빛나는 호수가 반기는 곳, 이 길을 청주 산꾼 4명(왼쪽부터 권미숙, 김홍, 배병석, 홍정표)이 다녀왔다. 12일 동안 매일 20km(총245km) 걸었고 느꼈던 생생한 일을 일기형식으로 담아 정리한 내용이다.


12일간의 긴 여정이 시작됐다. 이곳 J.M.T.는 요세미티국립공원부터 미국 최고봉인 휘트니봉까지 걸어가는 358km의 아주 긴 트레일로 알고 있으나, 우리가 현실적으로 받은 허가는 이 구간을 한번 에 전부 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BISHOP SOUTH LAKE 라는 곳에서 요세미티까지 걸어가는 245km정도의 거리를 걷기로 했다. 하루에 평균 20km씩 걸어주면 되는 12일간의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한국에 있을 때 하루 12시간씩 걸어도 20km을 걸을 수 가 없었다. 미국 도착해서 산행을 하기까지가 정말 빈틈없이 이루어졌다. 현지식량 구매 후 재포장, 산행 시 주의 사항듣기, 새벽에 이동하기, 아마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근 100시간 동안을 생활하면서 수면시간이 10시간 미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 산행은 미국시간 시간으로 새벽 02시 30분에 이루어졌다. 다른 나라 산행은 여러 번 이루어 졌지만 미국산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상과 동경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산행이다. 물론 산행지인 J.M.T.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출발 전에 읽었던 선행자들의 이야기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29일 BISHOP으로 가는 길은 L.A.에서 5시간정도 고속도로를 지나야 도착한다. 가는 길에는 모하비 사막과 만자니 수용소(세계 2차 대전 중 일본인 강제로 수용했던 곳), 휘트니봉을 볼 수 있는 론파인 등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다. 특히 BISHOP에서는 우린 낚시허가와 입산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 여기까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와야 할 거리이다.


출발 전에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물론 유명한 가게에서 먹어주었다. 한 동안 못 먹는다는 생각에 큰 것을 주문했지만, 역시 미국은 항상 크다고 했던가. 양이 많다. 그리고 소문이 현실로 다가 왔다. 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음식이 짜다.

아침을 먹고는 우린 허가서를 받으러 이동했다. 허가서가 곳 입장권이 아니라 야생지역인 관계로 신청한 인원과 실제 산행에 참가하는 인원이 동일한가을 확인하고 일일이 조목조목 주의사항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룹의 리더에게 책임을 묻듯이 사인을 요구한다. 나 역시 자신감 있게 사인을 했지만 실제로 현지인의 설명을 몇 개 밖에 못 알아들었다.

다음은 죤 뮤어 트레일 중간 중간 호수에 살고 있는 송어를 잡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우선 낚시대를 구매했다. 다행히 우리의 수준에 맞는 낚시대를 구매했다. 미끼와릴, 낚시대 까지 모두해서 20달러를 지출했다.

다시 JUSTIN님의 안전산행 가이드 팁을 설명해 주셨다. 정말 미국생활 40년 동안 J.M.T.에 대한 연구만 하신 것처럼 자부심과 자랑이 가득한 충고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출발 전 산행을 보면 했다하면 거의 항상 10시간 이상의 강행군을 했다. 훈련은 훈련에 불과 했다. 여기서는 우리가 우려했던 16시간의 시차와 수면부족 그리고 고소증세까지 합쳐지면서 우리를 힘들게 했다.

우선 출발지의 높이가 바로 고소의 시작이라는 2700m을 넘는 거의 3000m에 이르고 있었다. 수면부족이라 멍해서 그런지 머리 아프고 멍한 증세는 덜 한 듯 했다. 그러나 1m의 표고를 높이는데 작게는 10m에서 많게는 근 50m씩 걸어야하는 미국식 등산로 스위치백 (지그 재그로 이어진 등산로)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 우리는 bishop pass를 넘는 6마일 구간을 5시간이나 걸려서 겨우 넘을 수 있었다.



시차적응 졸음과의 싸움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의 졸음이 찾아 왔다. 증세가 나아지지는 않았다. 원래 예상하지 않았지만 아쉬웠다. 이미 시간은 17시를 넘기고 있었다. 여기도 여름이라서 일몰은 저녁 8시경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린 현지인이 아니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우린 다음의 물 만나는 곳에 캠핑을 하기로 하고 달렸다. 그렇게 해서 잡은 야영지가 바로 LE CONTE CANYON을 1시간 앞둔 계곡에서 야영을 할 수 있었다. 오늘 산행은 10시 30분 출발해서 19시까지 걸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또 다른 산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같으면 산행마치고 식당가서 밥 먹고 헤어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걷는 것만 멈추었지 또 다른 일이 줄을 서 있었다.

텐트치기, 짐정리, 밥하기, 목욕하기(각자의 옵션), 마실물 정수하기, 곰통정리 및 거리두기,등…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것이 또 다른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대변처리도 일이었다. 대변을 볼 때는 물가에서 30m이상 떨어져 보며 깊이는 18cm이상 파서 볼일을 보라고 알려주었었다. 이곳은 산행대원들 모두 모두가 열심히 움직이지 안 돼는 그런 산행지인 것이다.

며칠 제대로 못 잤는데도 오늘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아니 눈을 붙였다 떼었다라고 해야 하나 아직 시차가 적응이 안 돼서다. 잠을 1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곤 04시 30분에 눈을 떼었다. 기상과 동시에 우린 누가 시키기 전에 알아서 각자의 업무를 했다.

각자의 업무는 어제 저녁에 한 것을 다시 철수하는 반복적인 일이었다. 서둘러 짐정리, 아침식사. 텐트철수를 마친다. 출발을 하려하니 사슴이 아침출발을 환영해 준다. 여기 사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여기 주인은 나인데 너희 들이 왜 여기 와서 자고 가냐는 듯 쳐다만 볼 뿐 아무 반응이 없다. 역시 주인답게 도망을 가려하거나 기는 기색 없이 여유롭게 아침을 즐긴다.

잠시 우린 스위치백 구간을 하산했다. 잠시 내려오니 어제 어두워서 보지 못했던 LE CONTE CANYON의 풍경과 바로 앞에 우뚝 솟은 Langille PK의 웅장하면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또한 미국 역사의 서너 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들이 줄지어 빼곡히 펼쳐진다.


이런 길을 한 시간 내려왔다. 여기까지가 BISHOP PASS TRAIL에 해당하는 구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 JMT 푯말이 보이는 이 구간 부터가 JMT의 시작이다. 입간판에는 남과 북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린 북으로 가야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한 남으로 이동할 것이다. 우린 여기부터 다시 고소와의 싸움과 무게와의 싸움 모기와의 싸움을 제대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여기부터 7.9마일구간은 CREEK과 MEDOW을 지나서 한참을 올라야 한다. 아래 구간에서는 몇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고도 3000m를 지나면서 부터는 많은 비로 바뀌었다. 비가 온다고 돌아갈 수도 없고 방법은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밖에 없다. 그렇게, 전진 전진을 거듭하여 오른 곳에는 헬렌 LAKE가 펼쳐져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3000m가 넘는 곳에서의 호수라 그런지 모양이 예쁘고 물도 상당히 맑고 좋았다.

여기에서 부터는 눈으로 보이는 것은 비라고 하지만 실제로 대원들이 느끼는 추위는 장갑을 낀 손을 자꾸 쟈켓의 주머니로 넣게 만들었다. 지금은 7월 30일 한참의 무더위가 있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영화같은 현실은 다가왔지만

우리 추위와 싸우며 뮤어산장과 뮤어패스가 있는 곳엘 도착했다. 이곳은 거리상으로 JMT의 중간이며 JOHN MUIR를 기리기위해서 뮤어산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의 산장은 엄청난 것이 아니라 현지의 돌로 만든 그냥 대피소격의 무인산장이었다.

그래도 굿은 날씨 때문일까… 우리보다 먼저 올라온 현지인들이 다수 있었다. 다들 추위에 떨고 있는 표정들이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지만 추위를 녹이기 위해서 커피를 한잔씩 했다. 마음에서는 코리안의 인심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물고 부족하고 가스도 부족한 관계로 우리 넷만이 커피를 한잔씩 했다. 평소 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추위를 위해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했다.

우린 7시간을 걸어서야 겨우 MUIR PASS를 넘을 수 있었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내리막이라고 놀며가는 산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는 길에는 완만하다. LAKE와 SAPPHIRE LAKE를 지나야 오늘의 목적지인 EVALUTOIN LAKE에 도착했다.

원래는 호수가 원채 커서 호수의 초입이 아니라 말미에 캠핑을 하려했으나 어제의 부족을 채우려 무리를 했다. 오늘 오르막이 원체 긴 관계로 더는 진행을 하면 내일이 없을 것 같기에 오늘은 이만 여기서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고도가 3000M을 넘는 곳에 위치한 호수였다. 여기서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었다. 텐트를 치고 정수를 하고 빨래를 하며 간단한 샤워를 실시했다. 거리에 호수가 있기에 우린 단백질 보충원인 송어낚시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들 힘들어 했지만 우리의 희망이며 대들보인 배명석대원이 처음 던지는 낚시에 꽂혔다, 그 덕분에 우리의 카메라는 영화의 한 장면인 그런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해는 넘어가고 선이 살아 있는 낚시꾼이 모습과 날아가는 루어가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곳 호수의 송어는 우리의 낚시를 뜨문뜨문 알고 있었다. 바늘을 물긴 했으나 물 밖으로 끌려나오지 않는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우리가 망각한 것이 있었다. 여기의 고도가 10852feet라는 사실을 망각하고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으며 보온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얻은 것은 우리 몸의 이상징후였다. 즉 콧물 두통 오한 과 감기증세을 보였다.


눈 내린 한 여름

새벽의 눈 내리는 소리에 놀라서 기상을 했다. 사실 눈도 왔지만, 텐트와 밖의 기온차이로 인한 결로가 있어서 물이 떨어지고 추워서 더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텐트안에 떨어진 물로 인해서 축축한 옷을 다시 입고 젖은 텐트를 겨우 털어서 패킹을 하고 서둘러 출발을 한다.

여기호수가 원래 넓어서 호수반쪽을 돌아나가는데 한 시간이 소비되었다. 출발 전에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곰통은 어젯밤에 놓아둔 그대로 있었다.

사실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일이지만 여기서 음식 화장품 치약, 간식, 썬크림 등… 모든 냄새나는 것은 곰통(bear canister)에 보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항상 밤이면 모든 음식을 곰통에 넣어 보관하고선 곰통 위에 돌 혹은 솔방울을 오려놓았다. 행여 다녀갔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심 곰을 봤으면 했지만 그것은 속마음이었다.

한 시간을 걸어서 겨우 호수를 벗어났다. 이제는 내리막이 펼쳐 쳤다. 10000feet아래의 Goddard Canyon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래의 경치는 지금부터 근 4시간 동안 펼쳐질 진풍경이다. 여기가 3000m정고이고 아래의 고다드 캐넌이 2400m정도이다. 600m의 표고차 동안 풍경이 펼쳐지리라….

여정을 마치며

사실 그 동안 산행이 거의 3000m을 오르내리느라 샤워가 쉽지 않았다. 물론 날씨가 다른 팀들은 더워서 고생을 했다하지만 우린 추워서 도저히 수영은 엄두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오랜만에 머리에 물을 뭇치고 머리를 감아봤다. 그리고 일기를 쓰다가 나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봤다. 그랬더니 일기장위로 잔모래가 무수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뭐지”하고 더 털어 봤더니더 많은 모래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서야 더는 안 되겠다하고 그만 두었던 생각이 난다. 먼저 남자 셋이서 샤워장으로 이동을 했다. 12일 만에 제대로 된 샤워 인 셈이다. 그리고 12일 만에 전신 거물을 보게 되었다.

골반에 멍과 굳은살이 보였고, 얼굴은 검게 탔으며, 발도 마찬가지로 굳은살과 피멍이 들어 있었다. 물론 15일간 자란 수염도 모양이 없는 아주 빈 한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하루 20km이상씩 걷고 3000m 이상의 PASS를 넘는 JOHN MUIR TRAIL에 도전해 보세요.

눈은 많이 행복해 하나 우리 신체의 다른 부분은 불행이 찾아 올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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