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연희 설치미술가

▲ 감연희 설치미술가
뜻하지 않게 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이 고작이던 나에게 이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은 매일 산행을 하며 등산로를 살피고 점검하는 것이다. 남들이 돈들이고 시간투자해서 하는 일을 돈 벌면서 한다고 생각하니 절로 흥이 났다.

길을 나서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계절. 신선한 공기를 뿜어내는 숲속에서의 즐거운 하루를 상상하며 처음 산으로 출근한 날, 내 눈앞에는 믿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졌다. 등산로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

자세히 살펴보니 인근 텃밭에서 싹을 틔울 때 땅을 덮어주었던 비닐을 벗겨내어 쌓아둔 것이었다. 그 위로 오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집어던진 쓰레기까지 더해져 각종 오물이 뒤범벅이 된 쓰레기더미에서 나온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2킬로미터 남짓한 등산로를 한 바퀴 돌면서 수거한 쓰레기가 50리터 쓰레기 봉투를 거의 채울 정도였다. 내용물을 보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 사탕껍질, 각종 음료수 캔이나 페트병, 행사를 마치고 난 후 수거해 가지 않은 폐현수막 등 종류도 다양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무단 방치된 건축 폐기물들이 이곳저곳을 어지럽히며 널브러져 있다. 이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플라스틱이 개발 되면서 쓰레기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인간이 만든 것들 중 쓰레기가 될 운명을 타고 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우리의 가정을 둘러보면 언젠가 쓰레기로 변할 것들로 가득하다. 장바구니를 풀어보면 앞으로 만들어질 쓰레기양에 놀라게 된다. 바다에는 우리나라만한 쓰레기 섬이 떠다니기도 하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잘못 삼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바다 동물들도 많다.

소비의 상징인 미국인들의 쓰레기 생산량은 세계최고이다. 미국인 한 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1.8kg으로 1960년대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고, 서유럽 사람들 쓰레기양의 두 배라고 한다.

한국도 미국 못지않다. 편리함의 대가는 반드시 누군가 치르게 될 것이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어느새 사회적인 큰 고민거리가 되었고,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다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장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인가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공공장소에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들이 문제다.

자신만의 편리함을 위하여 또는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아끼려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그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얄팍한 속셈으로 멀찍이 떨어진 공공장소에 몰래 쓰레기를 갖다 놓는 것이다.

이렇게 마비된 양심이 문제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고 조작질만 무성한 그런 이상한 나라에서 쓰레기 투기 정도는 ‘매우 착한 짓’일거라 생각했을까. 기분 좋은 산행 길을 우울하게 만드는 풍경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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