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 다시 출발이다. 이제 해변길이 아닌 마을들을 지나는 길이다. 작은 마을들을 요리조리 걸어나간다. 예상대로면 두시간 정도가서 만나는 ‘바래요 마을’에서 점심을 한 후 남은 6킬로미터는 가쁜히 갈 요량이었다. 문제는 마을을 지나는데 마땅한 식당(바)들이 없다. 마을들을 지나긴 하지만 농촌마을이고 카미노길들이 마을을 통과하기 보다 돌아가는 루트다.

예전 카미노길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결국 점심 먹지 못하고 줄곧 4시간을 쉼 없이 걸었다. 이 마을 가서 쉴까 하면 ‘바’가 없어 다음 마을로 발을 옮겨야 했다.

결국 알베르게에 도착해 버렸다. 아뿔싸!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위치가 보통 마을이나 도시안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 알베르게는 농촌마을 언덕배기에 덩그러니 있다. 알베르게 자원봉사자에게 인근에 ‘바’가 있는가 물었다. 없단다. 위치를 보아도 그럴듯. 모르겠다.

일단 피곤한 몸부터 정비해야겠다. 샤워하고 빨래를 한다. 카미노에서 중요한 일과가 걷는 것 외에도 도착지에서 늘 빨래를 해야 한다는 것. 피곤한 몸이지만 깔끔한 옷이 한결 정신 차리게 해 준다. 더욱이 오늘은 햇볕이 너무 좋다. 어제 옷이 다 마르지 않는 상태에서 입었기에 오늘은 바삭바삭한 옷을 입을 기회인지라 잽싸게 빨래를 했다. …”

“… 오늘의 여행은 바에서 음식 찬미, 비노(와인) 마시기…. 비노를 두병째! 여행이 뭘까? 보는 거, 먹는 거, 낯선 사람 만나는 거, 낯선 문화 확인하는 거, 여행했다는 거 자랑하는 거, 자신을 보려 하는 거…. 모르겠다. 답은 없다. 모두가 여행이고 모두가 자기가 편한 방식이요 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원하는데 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 아쉽겠다. 내가 언어를 잘 한다면 그들의 생각을 읽고 싶다. 그렇지 못함에 내 여행은 늘 절반이다. 그 정도도 누리고 있잖은가….”

“다시 시작이다. 프랑스 카미노를 걸을때 왜 이 미친짓을 하나 하고 후회도 하곤했다. 그것도 잠시. 그 미친짓이 마약처럼 다가왔다. 2년이 지나 다시 카미노에 섰다. 인도를 10년 가겠다는 약속을 다한지라 다시 계획을 세웠다. 카미노 메인루트 9개를 다 걷는 거다.

이번이 두번째.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다시 한번 내가 왜 그 약속을 했을까다. 북쪽길 첫 마을인 ‘이룬’을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산세바스티안에 12:30분에 도착했다. 27킬로 걸어왔다. 오는 동안 끝없을 것 같은 산길을 걸으며 힘든 몸을 탓하며 고생길을 걱정했다. 늘상 여행하면서 느낀바는 잠시의 고통은 긴 여행의 행복을 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고통을 감내한다.

첫 출발이라 알베르게에서 맨 먼저 나왔다. 아직 고즈넉한 정적만이 새벽의 신선함을 전해 주었다. 오랫동안 잊었던 노란 화살표를 찾았다. 새벽이라 그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자판기 옆 작은 담장 너머로 노란 화살표가 보인다. 숨어 봤자지 뭐…. 반가웠다.

지난 여행 이후 카미노는 노란 화살표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었다. 카미노 이후 내가 가야 할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 가야 할 노란 화살표만 남아 있다. 때론 내가 원하는 길을 가기도 하지만 때론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그럴때 늘 노란화살표가 필요했다. 부적과 같이 난 내 책상 모니터 밑에 노란화살표를 하나 모셔 두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다른 여행을 어찌 하나로 정리할 수 있을지 막막해서 길을 걸으면서 남겼던 내 일기를 몇 개 옮겨 놓았다. 늘 필자는 길에게 묻고 그 길에게 내 길을 안내 받았다. 길을 나서자! 부엔 카미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