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문 후 반짝…주차장 조성 언급에 기대감
대표성·정통성 확보 위해, 전통시장 이미지 벗어야

도내에 조성된 6개 향토음식거리 가운데 청남대한우거리와 함께 가장 늦게 조성된 곳이 청주시 서문동 삼겹살거리다. 삼겹살거리는 통합청주시 출범식이 열리던 7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초에는 충북도가 박 대통령의 방문이 삼겹살거리를 살렸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 상인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보도자료는 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평균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삼겹살거리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점심 풍경은 여전히 썰렁했고, 일부 음식점에만 손님이 있었다.

상인들도 대통령 방문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쌈을 받아먹은 음식점 등 몇 곳만 손님이 늘었을 뿐 전체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충북도의 대응도 문제다. 대통령 방문으로 삼겹살 거리가 활기를 찾았다고 홍보하는 것은 스스로 지난 2년간의 노력이 허사였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년간의 성과가 대통령의 일회성 방문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물론 삼겹살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민들은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서문시장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삼겹살거리. 조성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자리매김까지는 보완해야 할 일들이 넘쳐난다.
늘어도 모자랄 판에 17곳→11곳으로 감소

삼겹살은 청주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청주 전역에 삼겹살을 판매하는 식당이 1500여 곳이나 있고,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식당 메뉴이기도 하다.

삼겹살의 시작과 관련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동안 충청리뷰가 삼겹살과 관련해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팔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이나 1970년대 초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시오야키’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불렸던 시기다. 1980년대에 들어서 보편화된 삼겹살구이는 청주시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자주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동료간 회식자리는 물론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에서도 삼겹살은 단연 최고의 메뉴다.

청주 삼겹살의 대표성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지만 삼겹살거리의 상징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향토음식거리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포 수(11개)와 청주 삼겹살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느냐는 점이다.

김태호 경영문화연구원 ‘안김’ 대표는 “삼겹살 특화거리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총평하며 “아직 시장 내에 전통시장의 기능을 가진 유통업이 삼겹살 식당보다 더 많이 남아 있다. 또 시장 아케이드 때문에 낮에는 어두침침하고 밤에는 환기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전통시장의 모습을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상인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거리 내에 40개 이상의 식당이 입점해야 삼겹살거리다운 풍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손님이 많으면 식당은 당연히 늘어난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모을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 초기 지자체의 홍보와 지원으로 17개 식당이 운영됐지만 현재는 11곳으로 줄어들었다.

청주시, 확고한 지원의지 보여야
고객확보를 위한 제안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거론됐던 것이 주차장이다. 동네 어디서든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데 주차난까지 감수하며 삼겹살거리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특히 삼겹살거리는 관광자원의 성격이 강하다. 도민들이 주 고객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외지인, 관광객들이 주요고객이다. 춘천에 막국수와 닭갈비 음식점이 넘쳐나지만 외지인들은 네비게이션에 닭갈비거리를 입력하고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만큼 접근성과 대표성이 담보돼야 한다. 김 대표는 “첫 방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다면 주변에 권하지 않을 것이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면 주차장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박 대통령이 방문 당시 주차장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주차장 외에도 빈약한 스토리텔링과 상인들의 수동적인 자세도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청주지역에 삼겹살이 유명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겠지만 청주시가 원조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주 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 간장 소스와 파절이 등을 부각시켜 스토리텔링해야 한다.

김 대표는 “청주시 주도의 푸쉬(push)형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거리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과 상인이 직접 디자인하는 삼겹살 거리 문화행사를 만드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점포별로 타깃층을 다양화해 입점 점포의 차별화와 전체의 어울림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과 상인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청주시가 삼겹살거리에 대한 확고한 지원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시적인 직접 지원은 1년 만에 끝났지만, 특화거리를 조성을 위해 다각도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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