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천안화상경마장을 찾은 날은 35도를 넘는 푹푹 찌는 7월 어느 여름날이었다. 오전 10시에 개장이라고 해서 11시쯤 도착하니 주변은 경마적중예상지를 파는 사람들과 인근 사설 주차장을 안내하는 이들로 붐벼 화상경마장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천안화상경마장이란 이름은 없고 한국마사회 천안시지부라고 가리켰다.

입장권을 사고 건물 안을 들어가자 폭염의 날씨와 달리 시원하고 쾌적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수시로 버려진 마권과 쓰레기, 흡연실의 재떨이까지 지나치게 꼼꼼할 정도로 깔끔하게 청소를 했다. 잠자리를 빼곤 모든 것이 건물 안에서 가능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일 낮이지만 화상경마장을 찾은 이들은 점점 많아졌고 점심때쯤 5층 건물 모두 가득 찼다.

경기 시작 5분전, 마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좀처럼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잠시 후 배당금을 알리는 모니터가 숨가쁘게 올라가자 마권판매종료 1, 2분을 앞두고서야 창구에 사람들이 몰리고 그 많던 줄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그리고 경기 시작. 모두들 조용히 생중계로 진행되는 경마를 눈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경기가 끝이 나자 탄성과 환호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때다 싶어 필자의 몸에 숨겨 놓았던 작은 콤팩트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그것이 마지막 사진이라 찍었고 그 전에 폰카로 몰래 찍었던 사진은 해상도가 약해 표지에 쓸 생각으로 대담하게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사진을 표시에는 실었지만 그 과정 중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이다.

카메라로 현장을 찍자마자 청원경찰이 필자에게 다가와 팔을 조심스레 잡고 사무실로 가자고 했다. “올 게 왔구나.”하고 건물 내 있는 마사회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한편에는 거대한 CCTV화면이 보였다. 마사회직원은 나를 처음부터 수상히 여겨 관찰해왔고 내가 사설경마장 알선책인 줄 알았다고 했다.

사설경마는 생중계되는 경마경기를 외부와 연결해 수백억대의 판돈을 걸어 수수료를 챙기는 등 종종 벌어지는 사건이었다. 결국 신분을 밝히고 마사회 본사 홍보실 직원과 통화를 한 후 사람들의 얼굴은 안 나오는 조건으로 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 경기 시작. 모두들 조용히 생중계로 진행되는 경마를 눈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때다 싶어 필자의 몸에 숨겨 놓았던 작은 콤팩트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한 마사회직원은 “우리가 놀이 시설에 가서 돈을 쓰는 것과 경마가 다를 게 무엇이 있냐.”며 “경마가 레저의 하나”라고 긍정적으로 봐 달라고 했다. 놀이시설과 경마장?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10년 된 천안화상경마장은 이미 재미와 호기심에 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찾는 이 대부분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고 일 없는 날이나 비 오는 날이면 더욱 몰려든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청주에 도착하니 화상경마장 유치를 안 한다고 한다. 벌써 두 번째이다.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화상경마장을 유치한다, 지역 사회 도움이 된다며 들고 나온다. 어떤 도움이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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