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 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7월 초에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은 전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이스라엘 군은 유엔 난민 대피소, 병원, 학교 등을 포함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 시설을 폭격하여 2천 명 가까운 사망자를 내었다. 대다수가 민간인인 그 사망자들 중에는 500명 가까운 어린이들도 포함된다. 민간인 지구에 대한 의도적인 폭격과 살상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전쟁범죄로 간주되어 국제전범 재판소의 재판 대상이 된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정치군사 조직인 하마스 조직원들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이 작전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행위는 우선 국제연합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아야 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이러한 범죄행위를 할 수 없도록 포괄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스라엘의 든든한 후견인인 미국이 이런 제재가 불가능하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이스라엘의 만행은 전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방 각 나라들의 이슬람 공동체와 반제국주의 운동, 평화운동 세력은 각 나라의 수도 등 대도시에서 대대적인 팔레스타인지지와 이스라엘 규탄 집회를 개최하였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국가적 정당성은 매우 큰 손상을 입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대외적 국가 정당성을 심각히 훼손할 수도 있는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것일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하마스를 제거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 피해로서 민간인 희생자가 생길 뿐이라고 이스라엘은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시각은 미국의 주요 언론에 의해 미국의 여론으로 포장되어 전 세계로 전파된다.

이런 주장은 사태의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생활공간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책은 매우 일관되게 그 공간을 축소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멸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마스가 있건 없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생활공간을 축소시켜왔으며 궁극적으로는 없애버릴 것이다.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쪽 기슭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최후 공간 조차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은 의도적으로 유태인 정착지를 확대하면서 축소시켜왔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에 내몰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살상행위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마스의 무력사용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최소한의 자위적 행위로 인정되어야 한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죽은 이스라엘 사람은 30명 남짓한 군인과 민간인 수명에 불과하다. 이는 양쪽의 무장이 얼마나 불균형적인가 하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크게 보면 가자지구의 비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미국과 서방이 강조하여 왔던 인권보호의 허울을 폭로해주며, 미국 정치인들의 위선을 보여주는 생생한 보기이다.

인권보호를 위한 군사개입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미국과 나토에 의해 수행되었던 그 간의 전쟁들은 사실상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이익실현에 방해가 되는 주권국가를 해체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다. 코소보 전쟁, 제2차 걸프전쟁, 리비아 전쟁, 최근의 시리아 전쟁과 우크라이나 내전에 이르기까지 인권보호를 내걸고 미국과 서방은 군사개입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그 전쟁의 결과는 결국 주권국가들의 붕괴와 끝없는 내전,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인권탄압, 인종청소 등이었다.

가자지구에서의 끔찍한 인종청소행위에 대해 왜 서방은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미국과 서방이 보이고 있는 이러한 위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권이 지켜지는가의 문제는 우리가 이성적 세계에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일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