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객원기자

▲ 이재표 객원기자
2013년 실시된 두 차례 강좌에 모두 80여명이 참여했고 이들 중 9명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당선증서를 거머쥐었다. 더군다나 당선자 가운데 5명은 초선 지방의원이며 교육감도 있다. 이들은 원우회를 구성해 생활현장과 의정활동에서 지속적인 협력과 공동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이 정도면 만만치 않은 정치세력이다. 그러나 정당은 아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충북자치당’이라고 해야 할까?

충북NGO센터와 충청리뷰가 공동 주최한 충북생활자치아카데미가 거둔 성과다. NGO센터와 충청리뷰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제3기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기간은 9월 16일~11월 4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10, 7차례에 걸쳐 모두 21시간 동안 진행된다. 9월 27, 28일에는 1박 2일 동안 워크숍도 열 계획이다.

아카데미는 지역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방자치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20여년이 지났지만 혁신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훈련된 풀뿌리 리더가 매우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첫걸음을 내디딘 2013년은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시점이라 특히 관심이 높았다.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1, 2기 강좌에는 모두 80여명이 참여했다. 중앙과 지역의 지방자치 전문가, 지역예산 전문가, 지방정치인들로 강사진을 꾸려 생생한 풀뿌리 자치의 이론과 경험을 공유했다.

아카데미의 성공은 드러내는 바가 크다. 지방의회가 부활된 지 23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예비 지방정치인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공식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일단 돈이 두둑해야한다. 그 다음 선심을 쓸 수 있는 자리를 꿰차는 것으로부터 그의 정치가 시작된다. ‘저러다 출마하지’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며 입질에 오르내려야한다. 정치생명에 치명적 타격을 줄 사안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애경사를 챙기고 경로당에도 자주 기웃거려야한다.

마지막 관문은 선거가 아니라 공천을 줄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원외위원장의 눈에 드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후원자가 되고 사람이 필요하다면 사람도 끌고 와야 한다. 이 정도면 출마채비를 완전히 갖춘 것이다. 거대 양당 기초의원의 후보 경우 ‘가’번을 받으면 당선 보증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갖춘 이가 당선이 된다고 한들 실제 지방정치에 필요한 자질을 갖췄을 리 만무하다.

아카데미가 매력적인 것은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데 있다. 특히 시민운동가들이 NGO활동과 지방자치가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카데미를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지역사회 일꾼을 발굴한다는 의미도 크다. 이와 더불어 지역의제를 개발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출마와 당선은 그 다음 문제지만 당선자의 폭은 계속 넓어질 게 뻔하다.

차기 지방선거까지는 4년이나 남아있다. 1년에 두 번씩 생활자치아카데미가 열린다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11기가 배출될 것이다. 생활자치아카데미 수료생들의 정치세력화를 기대해 본다. 시민후보가 정당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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