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출신 이인숙 中 북경수도사범대 공연예술대 부학장
5년 전 교수 초청받고 건너가, 평소 충북예술계 中 교류 힘써

지난 7월 중국 화북 5개 시·도 무용협회가 공동 주최한 무용대전에서 한국의 소고춤 공연이 본상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공연단은 충북출신 무용가 이인숙 교수가 지도한 북경수도사범대학 무용과 학생들이다.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소고춤으로 창작무용 부문 금상과 연기 부문 은상을 수상하면서 중국무용계에 한국무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이인숙(52) 교수는 충북보건과학대(옛 주성대)와 목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목원대 재직시 북경수도사범대학에 교환교수로 갔던 것이 계기가 되어 5년 전 교수초청을 받아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중국 대학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예술영역의 실용화다. 국제화·명품화·실용화 정책을 추진하는 중에 예술경영을 학부에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학들이 전통예술 만으로는 발전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예술과 문화산업이 결합하는 부분을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북경수도사범대학 과덕학원의 공연예술대학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중국대학의 무용과는 태족·장족·조선족 등 소수민족의 무용을 의무적으로 배운다. 중국은 56개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전승하는 것을 국가가 지원한다”면서 “반면, 경쟁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국제화·객관화·상품가치개발 면에서는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00% 국립대인 중국이 최근 10년간 사립대학을 육성해온 것과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산업에 역점을 두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무용과를 없애다니…”

이인숙 교수는 충주 출신이면서 충북여고 3회 졸업생인 충북토박이다. 서원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는 “충북의 대학들에 무용과가 없어진 것이 매우 아쉽다. 청주와 충북의 색깔을 갖고 있는 예술단이 있어야 한다. 전통적이고 지역적인 예술세계가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의 기반이 된다”며 젊은 예술인을 키울 기반이 없어진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충북에서는 지난 2004년에 서원대, 2010년에 청주대가 무용과를 없앴다. 이 교수는 충북으로 유학온 북경의 학생들을 위해 세심하게 현지상황을 알리고 편의를 보살피거나 충북 예술계가 중국과 교류하는 데 있어 다리를 놓는 등 민간 문화대사의 역할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 교수의 충북사랑이 남다른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교류를 통해 국경과 장르를 초월한 작품을 공동으로 제작하는 것, 이를 토대로 새로운 문화영역을 창출하는 것, 나아가 예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 예술경영의 가치다.” 이 교수는 예술의 발전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내용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는 부분을 힘주어 강조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춤 공연

실제 그동안 이 교수는 국적불명이 아닌, 국경 초월의 예술창작을 시도해왔다. 200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북경수도사범대학 무용단이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화려한 전통중국고전무용과 한국의 정적인 정서를 담은 창작 춤 공연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청주대 영화과 학생들이 중국 학생들과 교류하며 공동으로 국제영화제 출품작을 제작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양국의 영화현장과 감성을 이해하고 배우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며 “각국의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배움의 자세가 공동예술창작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북경수도사범대학을 중심으로 청주에서 공연·학술회 등 연 100여명의 인원이 교류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 교수의 가교역할이 있다.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았던 때에 교수초빙에 응했던 그는 “처음 만나는 일에 겁이 안 날 수는 없다. 하지만 겁이 난다고 못할 것은 아니다. 말을 잘하는 것 보다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10개의 단어를 외우면 다음 날은 그 두 배의 단어가 더 들린다”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지금도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문제해결방식에도 배울 것이 있다. 상상과 창의를 이야기하려면 있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한다. 없는 것에서 갑자기 무엇이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창의적인 예술”이라며 배우는 의미를 놓지 않는 것도 이 교수가 겁없이 중국을 탐험하는 이유가 됐다.

방학 때나 학술교류가 있어 한국에 들어올 때는 별도로 국내 여행지의 안내서를 챙긴다. 인사동 같은 문화거리와 지역축제 안내서들은 문화교류 관련 수업에 요긴하게 쓰이는 자료가 된다. 20일 출국을 앞두고 ‘늘 찾던 분식집에서 냉면 먹기, 육거리시장 들르기, 찜질방 가기’도 꼭 해야 하는 목록에 들어 있다. 이 교수가 있어 청주와 북경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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