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기자
“아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게 뭔지 아세요?” 한 교직원이 내게 물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주고 여름엔 시원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너무 간단한 일이 아니냐고 그에게 되물었다. 그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이 예산을 절감한다며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냉·난방비를 아끼라는 것이라고 했다.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시는 무시하기 어렵다.

그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교직원은 학교에서 구입하는 상당수 물품이 필요에 의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물품을 구입하는 것은 다른 의지가 작동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다른 의지는 바로 ‘윗선’. 그는 윗선의 세부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필자는 현재 도교육청과 소속 학교가 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의혹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가 청소기 구입 과정과 지능형 스쿨 도우미 로봇, 그리고 학교 오케스트라 악기 구입 과정 등을 보도했다.

이런 연속 보도에 대해 격려를 보내는 독자도 있지만 피로감을 나타내는 독자도 있다. 후자의 경우 구입한 물품만 다를 뿐 결국 동일한 내용의 반복 아니냐는 것이다.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겪는 피로감도 높다. 촘촘히 연관된 인적 관계망도 버겁고 퍼즐을 맞추기 위한 과정도 녹록치 않다. 제보원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까지 목격하면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음성군과 진천군 내 학교가 550만원하는 청소기를 구입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고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학교에 청소기 사용 대장이 비치되고 월 몇 회 이상은 의무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가 왔다고 제보자가 말했다. 여성 제보자는 그에 따라 50Kg 나가는 청소기를 더 사용하게 됐다며 푸념을 털어 놓았다.

필자는 교육청 납품 비리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주목하는 게 있다. 바로 시기다. 학교 회계년도는 다른 정부 기관과 달리 3월 1일 시작해 2월 28일 끝난다. 그런데 이상하게 청소기 구입과 로봇 구입예산이 모두 1월에 교부됐다. 이 뿐만이 아니라 교단 선진화 사업이란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예산도 이때 교부됐다.

이상한 일이다. 꼭 필요한 물품이면 회계연도 초에 예산을 교부해 사업을 수행하면 좋을 터인데 막판에 예산이 집중 교부됐다. 도내 모 학교기관의 교직원은 예산이 교부되기 전에 각 학교를 성지순례 하듯 순회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사람의 순례가 끝나고 난 뒤 각 학교의 물품 구매를 요청하는 공문이 만들어지고 상급기관에 제출됐다고 했다. 이 요청서는 앞서 언급한 교직원의 말처럼 학교의 자율의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 역시 요상한 일이다. 필자는 아직 스스로 설정한 합리적 의심의 퍼즐을 완성하지 못했다. 왜 이 시기에 특정한 사람이 순회하고 그 뒤에 물품 구매 목록이 작성되고 예산이 교부되는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독 2014년 1월에 이런 일이 집중됐는가.

아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것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하게 해주고 싶다는 한 교직원의 바람을 생각하면서 필자는 퍼즐의 종점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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