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

▲ 조광복 노무사
“뒤통수 맞다”
이 말은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느닷없이 해를 입다”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노동 상담을 해 오면서 뒤통수 맞은 경험을 잠깐 얘기하겠다.

노무사업을 할 때니까 10년도 더 된 얘기다. 대기업 간부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며 찾아왔다. 거래업체로부터 노트북을 뇌물로 받았다고 해고되었는데 누명을 쓴 거라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긴가민가했지만 믿고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대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트북을 받은 것이 확실해졌다. 나는 위임 계약을 해지했다. 그 대기업 간부는 주위에 “조광복 노무사가 추가로 수임료를 요구해서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단다.

공공주차장을 관리하는 여성이 해고되었다. 주차요금을 횡령했다는 것이 해고사유다. 그이 역시 억울하다고, 죽어도 횡령은 안 했다고 호소한다. 자기가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해서 보복을 받은 거란다. 또 의심이 갔지만 어떻게 하나. 믿고 해 봐야지.

그런데 하는 행태를 보니 노조 활동을 했다는 사람치고는 교활하고 뻔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횡령한 것이 틀림없었다. 노동위원회에 서면을 제출하고서 고민 끝에 위임을 해지했다. 나중에 들으니 그이는 노동위원회에서는 이겼는데 검찰에서 횡령이 인정되어 벌금을 받았다 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정당한 해고라고 판정했다 한다.

2년 쯤 전일까. 스물 갓 넘은 녀석이 왔다.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석 달 일하다 온몸에 피부병이 도져 그만두었다면서 산재 신청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 대기업은 직업병의 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회사다. 이 친구의 문제는 보통 사안이 아니었다.

자료를 검토하고 상담을 하다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이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한 이라면 다 아는, 여기저기 분란을 만들고 뒤통수를 친 것 때문에 다들 치를 떠는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도와주면 안 된다. 뒤통수 맞는다”고 했다. 나는 쿨하게 말했다. “뒤통수는 맞으라고 있는 거니 맡아서 하겠다”

과연 뒤통수를 맞았다. 성명서까지 발표했건만 회사와 합의해서 일방적으로 산재 신청을 취하해버리고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았다. 돈 좀 받았겠지. 한참 지나 들은 얘긴데 그 녀석의 동생이 또 참여연대에 가서 뭐를 고발해달라고 했단다.

노동상담 일은 참 예민한 것이 많다. 뒤통수도 많이 맞는다. 뒤통수를 제법 맞아본 사람으로서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뒤통수 맞는 걸 두려워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뒤통수는 맞으라고 있는 것이다.”

뒤통수 맞는 걸 감수해 온 덕에 그래도 KT 관리자의 인력퇴출프로그램 양심고백이 있었고 모 버스회사 관리자의 노동자 인권 탄압 양심고백도 있었고 또 많은 일을 경험했다고, 가끔은 스스로 자위한다.

사실 사회 약자들이 때리는 뒤통수는 잠시만 따끔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또 내게 도움을 청해 온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오죽 때렸겠는가. 그들은 얼마나 아팠겠는가.

세월호가 가라앉고 어린 것들의 창창한 앞날이 수장되는 동안, 믿었던 대통령의 7시간은 오리무중이고 행방불명이다. 야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유족들의 통곡을 뒤로 한 채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해버렸다. 곡기를 끊었던 유족들은 이제 물도 끊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권력이 뒤통수를 때리면 앞이 캄캄하고 피눈물 나는 것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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