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정미년(767)에 이르러 또 천구성(天狗星·유성)이 동루에 떨어졌는데 머리가 항아리만하고 꼬리는 3척 남짓 되며, 빛은 활활 타는 것 같고, 천지 또한 진동하였다.

또 이 해에 금포현의 논 다섯 이랑 가량에서 모두 새 이삭이 났다. 같은 해 7월에 북궁(北宮)의 뜰 가운데로 먼저 별 두 개가 떨어지더니 또 하나가 떨어졌는데, 세 별이 모두 땅 속으로 꺼졌다.

이 보다 앞서 궁궐 북쪽의 변소 안에 연꽃 두 줄기가 피어나고, 또 봉성사 밭 가운데도 연꽃이 났으며, 호랑이가 금성(禁城) 가운데로 뛰어 들어와 쫓아가 잡으려고 했으나 놓쳤다. 각간 대공의 배나무 위에도 참새가 무수히 모여들었다.
<삼국유사 기이 제2 혜공왕 중에서>

갑오년(2014)에 이르러 또 천구성(天狗星·유성)이 진주에 떨어졌는데 머리가 항아리만하고 꼬리는 3척 남짓 되며, 빛은 활활 타는 것 같고, 천지 또한 진동하였다.

또 이 해에 괴산군의 성난 농민들이 논 3300㎡를 갈아엎었다. 같은 해 6월 강원도 고성 GOP 총기사고로 먼저 별들이 고개를 숙이더니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으로 별 네 개(참모총장)가 물러났다.

이 보다 앞서 궁궐 남쪽의 광장에는 추모의 노란 리본이 달리고, 광장이란 광장에는 촛불이 켜졌는데, 호랑이보다 무서운 정치가 국민의 삶속으로 뛰어 들어와 집어삼킬 듯 쫓아다녔다. 여의도의 무수한 정객들은 참새처럼 조잘거렸다.

옛 사람들은 불꼬리를 달고 떨어지는 유성이나 혜성을 ‘하늘의 개’, 즉 천구성이라 했다. 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니 당연히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지난 3월 진주에 유성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하늘이 준 로또라며 운석을 주우러 다녔다. 그런데 민중의 삶은 고단하고 슬프다. 쌀 전면개방 방침에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넘어서 좌절을 남겼다. 그리고 군부대 내 총기난사와 구타사망…. 국민을 안심시켜야할 군대는 불안과 염려를 퍼뜨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무능과 몰염치로 국민을 괴롭힌다. 김유신 장군은 유성의 추락으로 선덕여왕 사망설이 유포되자 불붙인 연을 띄워 민심을 반전시켰다. 현재의 위정자들은 그런 쇼(Show)를 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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