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태동한 교사모임, 공교육의 변화 제언
회원 130여명 방학 때마다 직무연수 진행해

혁신학교, 즐거운 상상 ④충북새로운학교네트워크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혁신학교와 가장 맞닿아있는 교사들의 모임이다. 2008년 남한산 초등학교가 벌인 혁신학교 성공사례가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모임이 태동했다. 충북에서는 2011년부터 모임이 결성됐고, 지금까지 차곡차곡 공교육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현재 청주, 충주, 제천에 회원 130여명이 가입돼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교 관리자도 회원이 될 수 있다.

▲ 올해 상반기에 열린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세미나 모습. 회원들 뿐만 아니라 일선교사들도 세미나에 참여했다.

충북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2011년부터 방학 때마다 혁신학교 관련 연수를 벌였고, 경기도 혁신학교를 탐방하는 등 꾸준히 공부도 했다. 올 9월에 공식적인 발족을 앞두고 있다. 한상훈 집행위원장(충주예성여고 교사․55)은 “9월 13일 출범식을 한다. 200여명의 회원을 모으려고 한다. 평교사뿐만 아니라 학교 관리자들의 참여도 최근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서길원 전 남한산 초등학교장이 상임이사장으로 있으며 전국적인 법인조직이다. 단체 이름처럼 공교육 내에서의 대안적인 운동을 펼친다. 공교육 내에서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제언들을 쏟아놓는다.

한 위원장은 “학교엔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오던 봉건적이고 관료적인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이러한 시스템이 바뀌지 않다보니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인사제도나 교육과정이 비정상적인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교육의 민주화가 중요하다.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교육의 본질인 창의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수업도 컨설팅이 필요하다

▲ 한상훈 충북새로운학교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도내에는 130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며 9월 13일 출범식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학교를 전문적인 학습공동체로 인식한다. 교사들은 자기 수업을 공개하고,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교사가 수업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잡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행정실무사를 배치하는 등 실제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한 위원장은 “지금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가 고민해봐야 한다. 학습의 주체로 아이들이 나서기 위해서는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의사들은 환자 한명을 두고 임상실험하고 서로 의견을 나눠 살릴 방안을 짠다. 교사들도 수업에 대한 조언을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교는 소위 학교장을 따라 분위기가 좌지우지된다. 학교장은 교육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우리나라처럼 학교장이 되려면 자격증을 가져야 하는 곳도 전 세계에서 몇 군데 없다. 대부분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고, 교장을 하다가 평교사가 될 수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스펙’관리를 해야 한다.

한 위원장은 “교육의 본질을 해치는 장애요인이 솔직히 우리나라 공교육에는 너무 많다. 교육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 물리적인 조건을 만들어주고 교사는 강단에 서서 전달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국 13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연구모임이 만들어지고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준비를 많이 해온 지역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충북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동력을 키워온 곳 중에 하나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도 여전하다. 또 다른 선도학교라는 지적과 혁신학교를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소문도 뒤따른다. 또 학교현장에서는 혁신학교를 하면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오해한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혁신학교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흐름인데 여전히 유언비어가 많다. 당장은 성적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통계수치를 보면 전체적으로 성적이 향상된다. 특히 학습 부진아들은 크게 달라진다. 교육을 많이 한다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핀란드는 우리나라 학습시간의 절반만 되는데도 세계 각종 대회에서 순위를 다툰다. 배움이 일어나는 즐거움 학습이 필요한 시대다”라고 말했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올 상반기에 충주, 음성, 청주에서 혁신학교 관련 연수회를 진행됐고 하반기에도 회원뿐만 아니라 일선 교사들을 위한 연수회를 계획 중이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 학교변화를 위한 11가지 운영원리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학교를 공동체로 인식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앎과 삶을 배우고 성장하는 곳으로 학생은 학교에서 오늘의 삶이 행복해야 하며,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를 경험하고 익혀야 한다는 것. 따라서 학교는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이어야 하며, 학교 구성원은 공동체의 바탕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11가지 원칙을 갖고 학교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1. 학교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고 운영되는 교육 공동체로,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학교 일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2. 학교 구성원은 서로 믿고 존중하며, 학교 공동체를 위해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3. 학생들은 학교 안 어디에서나 안전하고, 차별 받지 않아야 합니다.
4. 학교는 학교 밖 마을 공동체와 연대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5.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도록 힘써야 합니다.
6.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협력하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교사는 학생 중심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이끌고 도와야 합니다.
7.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알맞은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학습 부진과 소외를 만회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8. 학교 교육 활동은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야 하며, 학생들의 발달 단계와 능력에 맞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9. 교육 과정은 모든 학생들이 기본 원리와 기능을 익히며 사고를 확장시켜 성취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적절하며 깊이 있게’조직·편성·운영해야 합니다.
10. 교재는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미래에도 꾸려갈 수 있게 해야 하며, 학습 자료는 풍부해야 합니다.
11. 학교 행정과 예산은 학생 학습 활동과 교사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데 우선해서 쓰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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