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구주민 보건소 이용 불편 호소하지만 답 없어
통합 이후 4개 보건소 세워졌지만 시설마다 편차 커

흥덕구에 사는 주민 김지영(가명․34)씨는 얼마 전 한방진료를 받으러 관할 보건소인 흥덕구 보건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진료는 흥덕구 보건소가 아니라 수동에 위치한 옛 상당보건소에 가야 된다는 것이었다. 흥덕구 보건소에는 엑스레이 등 기본적인 장비 구축이 안 돼 소위 행정업무만 가능할 뿐 진료는 옛 상당보건소를 이용해야 된다. 김 씨는 “주부가 차도 없고 아이를 잠깐 어린이집에 보낸 사이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업무가 양쪽으로 나눠져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 진료를 받으러 옛 상당보건소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간판 바꿔 달은 보건소들

통합이 되면서 보건소들은 간판을 바꿔달았다. 청원군 남부 보건소는 상당구보건소로, 흥덕보건소는 서원구보건소가 됐다. 현재 강서보건지소는 흥덕구 보건소 본관이 됐고, 옛 상당보건소는 흥덕구 보건소 별관이 됐다. 청원군 북부보건소는 청원구 보건소로 바뀌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흥덕구 보건소다. 신축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고, 확보된 부지 또한 없는 실정이다. 보건소는 지자체가 부지를 갖고 있어야만 국비 지원을 받아 신축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대해 통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옛 상당보건소를 흥덕보건소로 하려고 했는데 흥덕구 주민들에게 거리가 멀고, 또 장소도 협소해 지난해 건립된 강서보건지소를 나눠 쓰는 것으로 했다. 지금은 흥덕구 주민들이 다소 불편함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 통합 이후 4개구에 보건소가 세워졌지만 흥덕구 보건소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강서보건지소와 옛 상당보건소를 나눠서 쓰게 됐다. 흥덕구 보건소에는 엑스레이 등 기본적인 장비 구축이 안 돼 소위 행정업무만 가능할 뿐 진료는 옛 상당보건소를 이용해야 돼 일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따라서 현재 대농지구에 있는 흥덕구청 임시청사가 청원군 강내면 사인리로 신축해 이전하면 임시청사 건물로 활용했던 흥덕구청을 흥덕구 보건소로 쓰겠다는 게 통추위의 복안이다. 하지만 3년 안에 짓기로 한 신축청사가 계획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청주시 보건소 한 관계자는 “통합 시청사도 지금 다 별관형태로 뿔뿔이 흩어져 있고 답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시청사에 구청사가 밀리고, 그 다음이 보건소가 아닐까 싶다. 우선순위에 밀리면 언제 흥덕구 보건소가 완공될 지 솔직히 우려스럽다. 기간을 장담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소에서는 일반 진료 기능 외에도 저소득층을 비롯한 일반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들이 많다. 난임부부 시술비지원,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임산부, 영․유아 등록, 결핵환자 치매환자 지원 등등.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저소득층에 관한 각종 지원사업이 60% 정도가 된다. 민원 업무가 많다.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주소지에 따라 관할 보건소를 찾아야 한다. 현재 흥덕구 주민들은 민원 따로 진료 따로 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하에 터 잡은 보건소

보건소의 위치나 열악한 시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흥덕구 보건소 본관인 강서보건지소는 현재 청주출입국관리소 인근에 위치해 있는데 도심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당초 수곡동에 수곡보건지소를 건립하려고 했지만 청주시가 확보한 부지가 없어 결국 강서동에 생기게 됐다. 과거 흥덕보건소였던 서원구 보건소 또한 서원구청 지하에 위치해 있어 열악한 상황이다. 프로그램을 열만한 여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서원구청 공간을 때때로 빌리는 실정이다. 시설 또한 노후화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건소를 ‘건강생활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역할을 확대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일차 진료나 예방접종 보다는 건강생활을 위한 식습관 교육, 재활 교육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개최하라는 것이다.

이에 청주시 관계자는 “보건소가 과거에는 진료를 잘 받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었지만 이제는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진료는 민간 영역에서 하는 게 더 맞는다. 보건소의 역할은 생활 예방 교육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작은규모라도 시설을 갖추고 도심 곳곳에 배치해 서비스를 확대돼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저소득층 가운데 방치된 환자가 많다. 만성질환관리도 시급하다. 가정방문 관리로 노인인구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영유아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교육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새롭게 보건지소를 짓게 되면 건강생활지원센터로 문을 열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보건지소가 이름과 기능을 바꾸려면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직까지 청주에 건강생활지원센터는 한 곳도 없다.


도심형 보건지소엔 지소장이 없다?
관계자들, “최소한 6급자리 부활해야” 목소리

보건시설은 크게 보건소, 보건지소, 진료소 등으로 나뉜다. 보건소는 통합하면서 4군데가 문을 열었다. 보건지소는 도심형 보건지소와 군단위 보건지소로 나뉜다. 도심형 보건지소는 용암동과 강서동에 2군데가 있고, 군단위 보건지소는 13군데가 있다.

보통 보건소는 4급과 5급 공무원이 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통합하면서 인원을 나누다보니 흥덕보건소에서는 행정직 6급, 상당보건소에는 행정직 무보직 6급이 소장 역할을 맡게 됐다. 또한 도심형 보건지소가 과거에는 5급 지소장 자리가 있었지만 이번에 통합하면서 지소장을 아예 배정받지 못했다. 현재 도심형 보건지소 2곳에는 7급이 배정돼 있다. 군단위 보건지소는 공중보건의사가 지소장을 겸임하는 구조라 통합과 크게 상관이 없다.

따라서 일부 보건직, 간호직 공무원들은 도심형 보건지소인 용암보건지소와 강서보건지소에 적어도 6급 지소장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보건진료소는 청주에 2군데, 청원군에 23군데가 있다.

우리 동네 보건소 어디있나
상당구 보건소(전 청원군 남부 보건소/ 남일면)
서원구 보건소(전 흥덕보건소/ 사직동 )
흥덕구 보건소(현 강서보건지소, 전 상당보건소/비하동, 수동)
청원구 보건소(전 청원군 북부 보건소/오창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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