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실패 청년들 분노조절장애 등 ‘제2의 사춘기’

#1. 청주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31) 씨는 요즘 '은둔생활' 중이다. 한 씨의 유일한 사회생활은 인터넷이다. 한 씨의 주활동 공간은 D커뮤니티 사이트다. 그는 이 사이트에서 거친 글과 댓글을 쓰는 회원으로 통한다. 세상을 비관하는 글을 자주 올리면서 그의 글을 구독하는 회원도 생겼다. 하지만 한 씨에게 쉽게 말을 거는 회원은 거의 없다. 그에게 한 번 찍힌 회원은 몇날 며칠 욕설과 비난성 글 세례를 받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학 졸업하면 바로 취직할 줄 알았는데 5년째 취업준비생으로 지내고 있다. 혼자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 보여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2. 취업준비생 한모(29) 씨는 대학 졸업 뒤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었지만 3년째 백수생활 중이다. 지난해에는 3년 가까이 교제했던 여자친구가 "미래가 없어 보인다"며 떠났다. 이후 한 씨는 '된장녀(경제력은 없으면서 부모나 남자친구 등의 지갑에 의존하는 여성을 풍자적으로 이르는 말)'에 대한 병적인 혐오감을 표출했다. 한 씨는 "남자에게 기대 연애·결혼하려는 여성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청년들이 취업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불안한 미래와 좌절감, 극도의 불안감 등을 반사회적 성향으로 표출하는 '29살 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더욱 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충청지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도내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9.1%로 전분기 10.2%보다 1.1%p 줄었지만 전년 동기(6.5%)보다 2.6%p 급증했다.

도내 한 심리전문가는 "취업 무한경쟁 시대를 살고 있는 20~30대 청년들에게 불특정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춘기성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들에게 '걱정마라. 분명 기회가 찾아온다', '너는 충분히 취업할 능력이 있다' 등의 위로가 되는 말을 자주 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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