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강원도까지 연고지 편입 춘천서도 경기

청주의 프로야구 열기는 부산이나 대구 못지않게 뜨겁다. 청주야구장은 한화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그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청주 야구팬들은 늘 아쉽다. 최근 청주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을 볼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한화가 매년 청주경기 수를 줄이더니 올해는 고작 5경기만 청주구장에 배정했다.

이쯤되니 청주가 한화 이글스 연고지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내년에는 한화 경기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강원 영서지역인 원주와 춘천이 올 시즌부터 한화 연고지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내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우수선수를 더 영입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는 것이 한화 이글스의 설명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춘천에선 벌써 야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에 춘천야구장에서 한화 경기가 적어도 2~3게임은 열린 것이란 소식이다.

청주와 춘천이 한화 경기를 놓고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프로야구 경기규정을 보면 제2홈구장에선 홈경기 64번 가운데 최대 20%까지 경기를 할 수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현존 제2홈구장'인 청주야구장에선 최대 13경기를 할 수 있는데 한화는 현재 5경기로 축소한 것이다. 한화가 청주구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선수 편의시설 부족하고 수입의 10%를 경기장 사용료로 지불하는 조건, 원정경기 때와 다름없이 부대비용을 지출하는 점 등이다.

내년부터 제10구단 KT위즈가 리그에 참여하면서 팀당 경기 수가 늘어나도 이런 이유 때문에 제2홈구장 경기는 현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청주는 제3홈구장이 된 춘천과 경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프로야구 규정에 따라 제2·3홈구장에서 최소 1~2경기를 열어야 한다.

한화에 대한 춘천시의 적극적인 구애도 청주시로서는 부담이다. 춘천은 한화만 와준다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7년 만에 프로야구 시대를 열어보자'며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있다.

반면 뒤늦게 이런 사실을 파악한 청주시는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청주야구장을 보수하면서 한화의 마음을 잡아보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야구장 보수비로 지난해 40억여 원을 쓴 청주시는 '재보수' 계획을 세웠다. 홈에서 펜스까지의 중앙거리를 110m에서 115m로 5m 늘리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한화 측에 내년엔 12경기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확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청주야구장을 보수하는 계획을 세울 때 한화 측의 견해를 많이 반영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주 야구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주에 사는 박상민(40)씨는 "청주시가 한화를 잡을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가 춘천에 빼앗기게 될 상황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