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도적들이 사당(祠堂)에 처음 왔을 때, 몸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는 한 용사가 사당 안에서 나와 사면으로 비 오듯 활을 쏘아 도적 7,8명을 맞히자 도적들이 달아났다.

며칠 후 다시 왔을 때는 길이가 30여 척이나 되고 눈빛이 번개 같은 구렁이가 사당 옆에 나와 8,9명을 물어 죽였고, 겨우 죽음을 면한 도적들은 모두 엎어지고 흩어졌다. 그러므로 능원(陵園)의 안팎에는 반드시 신물이 있어 지키는 것을 알겠다.
<삼국유사 기이 제2 가락국기 중에서>

그이들이 사당(私黨)을 지키려함에, 몸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이들과 언론이란 활과 화살을 거느리고, 사당에 맞서 도전을 하면 사면으로 비 오듯 비난의 활을 쏘아 도전하는 이들을 달아나게 했다.

호위무사 중에 나이가 75세나 되고 산전수전 겪은 구렁이 같은 이가 사당을 지키는 관제탑 역할을 하니, 겨우 ‘불복’을 말한 이들이 계략에 엎어지고 흩어졌다. 그러므로 그들을 구원(仇怨)으로 여겨 신물이 나도 지켜지는 도리를 알겠다.

이름 앞에 ‘고(故)’를 붙여야할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어찌 됐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 검거와 관련해 세간의 관심은 그의 호위무사에게 더 쏠렸다. 포털사이트 검색순위에서도 박○○이라는 이름이 상위를 차지했다.

태권도 유단자이자 국제심판 경력, 결혼생활에까지 관심이 미치더니, 언론은 마침내 6평 좁은 방에서 남녀가 무얼 하고 지냈을까 추측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관심이 삐딱하게 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천박한 황색 저널리즘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더 기가 막힌 호위무사 집단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과 국방부가 ‘댓글공작까지’ 벌인 마당에 의혹만 제기해도 ‘불복(不服)’하는 거냐며 길길이 뛰던 호위무사들의 실체를 올 누드로 벗기고 싶다.

*구원(仇怨)=원수(怨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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