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 윤호노 기자
죽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수사당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유병언 일가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한 검사장과 수사팀이 동반 사퇴의사를 밝히는가하면 순천경찰서장은 경질됐다. 마치 삼국지 속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낸 꼴’로 유병언으로 인해 검·경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상 초유의 검거 작전을 펼치고도 검거는커녕 유 씨의 사체를 40여일이나 방치하며 초동 수사 부실문제를 드러낸 검찰과 경찰의 총체적 무능에서 비롯됐다. 유 씨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수사 초기 유 씨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며 그가 제 발로 출석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검찰은 결국 3개월여 만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핵심 수사 대상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한 발 늦게 그의 뒤를 쫓으며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쳤지만 끝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검경이 유 씨의 그림자만 쫓다가 그의 죽음마저 뒤늦게 파악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유 씨의 사망원인과 시점 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으면서 국민들은 그 배경에 무언가 있지 않나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과 연계되면서 오히려 그의 죽음을 반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등 각종 루머도 무성하다.

유 씨가 숨지면서 차명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해외로 빼돌린 부분이 많아 어려움을 겪던 수사당국은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찾아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실상 추가적인 재산 파악이 어렵게 됐고, 기존에 묶어뒀던 재산에 대해서도 법리다툼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금까지 4차례의 추징보전 명령 청구를 통해 유 씨 일가의 재산 1054억 원 정도를 묶어뒀는데 이중 상당부분을 취소해야 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유 씨 등 세월호 사고 관련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과 피해보상 등의 명목으로 4031억 원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가 2000억 원으로 축소했다. 미래에 국가가 지출할 예정인 돈, 즉 ‘장래채권’은 법률적으로 가압류한 선례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가뜩이나 소극적으로 액수를 책정했는데 이 2000억 원도 다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유 씨가 꽁꽁 숨겨놓은 해외재산이나 차명재산도 본인이 죽은 만큼 실소유주를 규명하기 어렵게 됐다. 때문에 당초 유 씨 일가의 숨겨진 재산 규모를 수조 원대로 파악하면서 몰수를 자신하던 검찰은 이제 죽은 자의 재산을 두고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병언 쫓기만 몰두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다.

검경은 세월호 사고를 가져온 급변침의 이유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유 씨 쫓기만 올인해 세월호 참사 원인조사가 제자리를 걷고 있다.
손해배상 및 피해보상 등을 위해 유씨 일가 재산환수와 더불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진상규명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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