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객원기자

▲ 이재표 기자
‘하루가 3년 같다’는 말이 있다. 한자성어로는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고 한다. 이는 1시간이 세 번의 가을이 지나는 것 같다는 뜻으로, 좀 더 과장된 표현이다. 개원 한 달이 지난 충북도의회를 바라보는 심정이 그렇다. 지켜보기 괴롭고 제 역할을 할지 염려스럽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4년 내내 제구실을 못할 것만 같다. 이대로 가면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식물의회가 염려된다는 얘기다.

충북도의회의 의석은 새누리당 21석, 새정치민주연합 10석의 전형적인 양당구도다. 개원 당시 양당 외에도 자유선진당, 통합진보당, 정당 소속이 없는 교육의원 등이 존재했던 지난 의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알려진 대로 충북도의회는 정상적인 원구성에 실패했다. 양비론의 시각으로 보면 밥그릇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새누리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모든 자리를 독식(獨食)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두 명의 부의장 중 한 명, 여섯 개 상임위 중 하나를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새정치연합이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더 요구했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대립 끝에 새누리당이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후 양당은 오만과 독선, 불통 등 같은 단어를 써가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시종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상황에서 여소야대의 도의회가 탄생함으로써 감시와 견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들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양당은 정쟁으로 출발했고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언구 의장 선출에 힘을 실어준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 의장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다. 이 의장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같은 당 이시종 지사가 주최한 만찬에도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이 전원 불참하는 일이 벌이지기도 했다. 함께 밥숟가락도 들지 않겠다는 절교의 의미다.

의정활동 역시 사사건건 표 대결로 가는 양상이다. 예결위가 도교육청의 혁신학교 관련 예산안 세 건을 심의하면서 단 한 건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지 못하고 모두 표결에 붙여 세 건 모두 전액 삭감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모든 안건이 부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진영논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경우 피해자는 유권자요, 정치적 책임은 고스란히 새누리당의 몫임을 알아야한다. 새정치연합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결정이 옳든 그르든 결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원구성이 그리도 급했던 것일까? 새누리당은 독식의 그 순간부터 자신의 목에 밧줄을 걸었고 스스로 그 밧줄을 잡고 있다.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이제라도 부의장,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새정치연합에 양보할 수 있는 속 깊은 ‘의원님’이 나올 수는 없는 걸까? 아니 이왕 이렇게 된 바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그래 다 가져라’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할 수는 없는 걸까? 어느 쪽이든 결단을 내리는 쪽이 이기는 거다. ‘잘 가라, 충청북도의회’ 이렇게 격려하고 싶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이면 ‘잘 가라(Good bye), 충북도의회’를 외치는 이들이 나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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