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규 금융감독원 충주출장소장

▲ 한윤규 소장
누구나 일상생활 중에 여러 가지 사유로 돈이 필요할 때 모아둔 돈을 활용하거나 적금 등을 해지하여 조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어려울 때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금융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면 어쩔 수 없이 담보대출을 이용했을 것이다. 금융회사는 대출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하여 빌려준 돈에 대한 담보를 요구하고, 이에 대해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대부분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다.

그러면 금융회사는 이 담보 물건에 대한 담보제공자의 처분 행위 등을 제한할 목적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되는데, 대출자가 대출금을 전부 상환한 후에도 이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많다.

금융감독원이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7만 3700건의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고 있다.

또 이 중의 32.7%는 대출금의 완전 변제가 이뤄진 뒤 1년 이상 근저당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중에는 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일단 대출금을 변제한 후에 다시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은행과 근저당권의 유지에 동의한 9만 2137건(전체의 53%)이 포함돼 있다.

은행이 대출금을 완전히 회수한 후에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은 무려 23조 4000여억 원에 이른다. 본인이 대출금을 완납한 후에 추가로 대출을 받을 계획이 없다면 담보로 제공한 물건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말소를 요구하고 금융회사는 당연히 이를 말소해야 한다.

그러나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말소를 요구하지 않으면, 금융회사는 담보제공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근저당권을 그대로 유지한다. 담보로 제공된 물건에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았다면 담보제공자는 대상 물건의 매매 또는 담보 제공 등 본인의 재산권행사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대출이 완전히 변제되었음에도 담보제공자의 동의 없이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사례에 대해 은행으로 하여금 조속히 담보제공자의 의사를 확인해 근저당권이 말소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들도 근저당권이 설정된 대출금을 완전히 변제하고 다시 담보대출을 이용할 의사가 없다면 은행에 근저당권의 말소를 직접 요구해 본인의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근저당권 말소에 소요되는 비용은 돈을 빌린 차주 또는 담보제공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통상 4만~7만 원 정도다. 반면 금융소비자가 대출금을 전액 변제한 후에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다면 은행에 서면동의서 등을 제출하고 이미 설정된 근저당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는 본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야만 불이익을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다 갚았음에도 소중한 재산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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