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욱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파견교사

▲ 한영욱 교사
지난 7월 25일 충청북도의회 제333회 임시회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두 개의 5분 발언이 이어졌다. 이광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청주시 제6선거구)은 지난 학생중심의 학교 운영, 교사들의 높은 수업전문성, 구성원들의 민주적 토론과 합의문화를 이뤄내고 있었던 전북완주군 삼우초등학교가 전북교육감의 혁신학교 모델이었음을 밝히고, 혁신학교 예산의 전액 삭감은 성적, 문제풀이, 줄세우기로 얼룩진 충북교육 문제를 극복하라는 도민의 선택을 무시한 것이라며 혁신학교를 통한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호소했다.

윤홍창 의원(새누리당, 제천시 제1선거구, 교육위원장)은 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 예산에 대한 사전 설명, 협조 요청이 없었으며, 혁신학교를 지원하는 T/F 팀이 특정 교원단체 소속이라는 점, 타지역 혁신학교 문제점과 부작용(학력저하, 사교육비증가, 교육예산고갈, 특정교원단체 거점화, 일반학교 교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우려됨에도 합의를 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결국 충북도의회는 교육청이 제출한 혁신학교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전액 삭감 의결했다. 비슷한 시기 서병수 부산시장과 (새누리당) 부산시의회는 김석준 교육감의 혁신학교 추진에 합의한 소식이 들려왔다. 두 지역의 성향을 감안할 때, 이번 예산 삭감은 ‘진보-보수’의 대결이라기 보다, 교육의 변화에 대한 불감증, 불통을 빙자한 불통 정치의 단면으로 보인다.

2014년 7월 현재 전국의 혁신학교는 580개이며, 지난 6월 당선된 13개 시도교육감의 주요공약으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교육청의 경우 몇 년 전부터 혁신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업혁신, 생활지도등에 대한 대대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국내 최대의 학술자료정보를 제공하는 RISS(http://www.riss.kr/)에서 혁신학교가 시행된 지난 2009년~2014년까지 ‘혁신학교’를 제목과 주제어로 검색을 하면 각각 수십 종의 학위논문, 학술지논문, 단행본의 연구물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대체로 혁신학교의 수업, 생활지도, 학교문화, 업무체제 개편 등의 긍정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혁신학교는 공교육 살리기의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충북도 지난 2011년 여름부터 청주, 충주, 제천 3개 권역에서 단재교육연수원의 특수분야 직무연수를 지정받고 ‘새로운학교 만들기’라는 혁신학교 관련 연수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으며 자비를 내고 이 연수를 이수 받은 교사들이 300여명에 이른다.

이러한 기존의 연수를 생각해 볼 때, 윤홍창 의원이 주장했던 문제점과 부작용을 검토하고 현장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걱정스러워하는 점의 해소하려는 시도가 실은 예비혁신학교와 혁신학교 연수였다고 생각한다. 예비혁신학교의 핵심은 ‘학습’ 과 ‘탐구’에 있다.

각 학교마다 현재의 학교운영, 수업, 생활지도를 진단하고, 타지역 혁신학교 사례를 탐구하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준비의 기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예비혁신학교’다. 또한 일반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 미래교육의 비전, 학교의 역할 등에 대하여 안내하고자 하려는 시도가 ‘혁신학교 연수’의 주된 내용인 것이다.

도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교육감과 도의회의원이 정책을 추진하고 그 정책의 실효성을 검토하여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은 조화와 갈등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검토를 제안한 측이 최소한의 검토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정당 성향에 따른 4:2라는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 막혔다. 9월 내년도 예산안 심의 전까지 혁신학교의 필요성과 정책 도입을 위한 준비의 기회에 대하여 의원들의 판단에만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불통과 진영논리에 가둬둘 수는 없다.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충북교육의 점검과 혁신학교의 필요성에 대한 더 많은 5분 발언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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