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객원기자

▲ 이재표 객원기자
시사상식사전에서 혁신학교를 검색하면 대략 이렇게 소개돼 있다. 일단 규모면에서 학급당 학생이 30명 이내고, 학년별로는 5학급이 되지 않는 작은 학교다. 교육철학은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방식은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해 교육과정을 다양화, 특성화하는 것이다. 목적은 오직 입시에 매몰된 공교육으로부터 도태되거나 소외된 아이들을 구출하자는 것이다.

진보교육감들에 의해 혁신학교가 제안됐고, 진보교육감들이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교육을 정상화자는 것일 뿐, 정치판의 이념논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또 논리적 근거는 무엇일까?

중등교육의 목적이 오직 학력수준 향상이고, 학교를 교육청에 줄 세워야하며, 서열을 매기는 평가를 통해 끊임없이 경쟁의욕을 촉발시켜야한다고 믿는 사람들일까?

운전면허시험이나 검정고시는 절대평가지만 대학입시, 입사시험 등은 상대평가인 상황에서 어차피 누군가를 반드시 낙오자로 만들고야마는 사회시스템을 조기에 교육시키자는 논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패권을 장악한 충북도의회가 의장단,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더니 7월21일 도교육청이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2조1491억원 가운데 김병우 교육감의 핵심공약과 관련한 예산을 상임위 심의에서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예비혁신학교 운영비(2억원)와 혁신학교 교원·관리자 연수비(1억433만원)를 포함한 혁신학교 운영비 총 3억1009만원, 21세기 타운미팅 사업비(7000만원), 조직진단 용역비(5000만원)이다.

타깃은 진보교육감들의 아이콘인 혁신학교다. 진보교육감들이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에 대한 견제인 것이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당선 직후인 2009년 경기도에 13개 혁신학교가 문을 열었고,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전국에 600개에 가까운 혁신학교가 운영 중이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무려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는 것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는 유권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전국의 혁신학교는 4년 내 2000개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효율성 논란을 빚을 수는 있다. 일반학교와 혁신학교를 구분해 이원화하기보다 학교를 혁신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학교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이뤄낸 모델이 필요하고 종국에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걸고 싶다.

김병우 교육감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언론도 이를 이념대결로 정의하고 있다. 염려스럽기는 김 교육감 자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와 같은 대결구도 속에서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자신들이 앞장서 ‘보수의 이해와 요구를 지켰다’며 뿌듯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지킨 것은 진영일 뿐이다. 대신 수혜자의 바람을 저버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1차 수혜자인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어떻게 바라보냐는 것이다. 혁신학교에 가려는 학생들과,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오죽하면 경기도의 경우 혁신학교 주변의 집값이 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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