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표현하는 사진은 단연코 아이들의 물놀이 사진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의 표정이며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 그림이 된다. “근데 왜 찍어요? 어디서 나오셨어요? ” 등 일일이 질문을 건내는 일도 없다. 흥에 겨워 물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해맑은 웃음은 보는 이들의 동심을 자아내기 충분한 사진꺼리다.

찌는 듯한 여름 어느날, 고무대야에 물을 받아 한 남자아이가 누나들과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어볼 새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5살짜리 아이는 누나와 형들에게 물세례를 주고 이를 맞은 아이들도 서로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얼마나 재미에 푹 빠졌는지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필자의 존재도 모른 채 말이다. 2008년 여름날의 모충동 대성주택 골목에서 펼쳐진 여름날 한 장면이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였던 곳으로 1971년 집 80채를 지어 분양했던 곳이다. 집들이 오래되었을 뿐더러 사람들도 오래되어 어린 아이들이 귀한 곳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무엇을 해도 허락되었다. 대문을 골대 삼아 축구를 해도, 긴 골목길에서 뛰며 떠들어도 뭐라 하지 말라 하는 사람이 없는 동네였다.

▲ 2008년 여름날 모충동 대성주택 골목에서 고무대야에 물을 받아 한 남자아이가 누나들과 물장구를 치는 모습.

9년이 지난 2014년 7월의 여름. 다시 이 곳을 찾았지만 동네는 조용했다. 그나마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고 마을 주민이 말한다. 결국 추억의 사진은 만들지 못했다.

종종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의 살벌한 전쟁 소식이 들린다. 그리고 그 소음의 주범은 보통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필자의 아이들에게도 “뛰지 마라” 라는 말이 입에 밴 듯하다. 미안한 마음에 가끔 아쉬운 대로 욕조에 물을 받아 물놀이를 하게 한다. 아이들은 뛰면서, 장난하면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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