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윤 도서출판 직지 편집부장

▲ 권기윤 도서출판 직지 편집부장
아이가 둘이 되면서 편하게 뛰어놀게 하려고 미원면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되어 간다. 이제 아이는 꽃과 풀벌레와 개구리를 친구로 생각하고, 모래 놀이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다른 데 갔다가도 “미원 집에 가자”고 조를 정도니까 말이다.

미원이 예전에는 깨끗한 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개울에 물고기를 잡으러 가서 보니 냇물이 지저분하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끼가 많아서 아이와 함께 물에 들어가기가 겁난다. 그래서 다른 산 속 계곡에 올라가서 작은 물고기를 몇 마리 잡았다가 놓아주고 돌아왔다.

지저분한 개울에 갈 수 없으니 마당에 큰 대야를 갖다놓았다. 이제 첨벙첨벙 물장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고향 봉화(경북)가 오지로 손꼽히는 곳인데, 거기도 시냇물은 흐려진 지 오래다. 바닥 돌마다 이끼가 푸르뎅뎅하고, 맑은 모래는 보기가 쉽지 않다. 아버님 말씀으로는 집집마다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고 난 다음부터 심해졌다고 한다.

간이 정화만 하고 흘려보내니까 냇물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축사가 커지고 많아진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 결국 사람들이 편리를 추구하여 생긴 결과인 듯하다. 웬만한 시골이라도 맑은 개울물을 만나기 어렵다. 위쪽으로 축사나 인가가 없는 계곡에 들어가야만 깨끗한 물을 만날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 말이, 올해는 벌이 없어서 문제라고 한다. 오이, 토마토, 호박에도 벌이 날아들지 않고 있다 한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꽃가루받이가 안 되어 그냥 사그라지는 꽃이 많아졌다. 고추를 많이 심은 어느 집은 아직까지 고추가 몇 개밖에 달리지 않았다.

꿀벌이 줄어드는 원인이 전자파 때문인지 농약 때문인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벌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큰 문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당장 꿀벌을 매개로 꽃가루받이하는 식물이 열매를 잘 맺지 못하고 있다.

얼마 안 가서 마트 식료품 진열대가 공산품 위주로 바뀔 것이라고도 한다. 꿀벌 때문에 식량 전쟁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도 한다. 꿀벌 줄어드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제대로 된 조사 결과나 통계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4대강 사업을 한 곳곳에 큰빗이끼벌레가 나타났다. 무심천에도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이 하천을 더 오염시킬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물이 잘 흐르지 않고 수질이 나빠진 물에 생겨서 확산되는 건 분명한 듯하다. 말하자면 수질오염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4대강 사업이 정체된 물 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대비까지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더 늦기 전에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변화를 예측하고 조사하고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치기만 한다면,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생태계의 수많은 변화를 무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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