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기미년(659) 백제 오희사에 몸집이 큰 붉은색 말이 나타나 밤낮으로 12시간 동안 절돌이를 하면서 덕행을 닦았다. 2월에는 여러 마리의 여우가 의자왕의 궁궐로 들어왔는데, 흰여우 한 마리가 좌평의 책상 위에 앉아있었다.

4월에는 태자궁의 암탉이 작은 참새와 교미를 하였다. 5월에는 사비강가로 큰 물고기가 나와 죽었는데, 길이가 세 길이나 되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9월에는 궁중의 홰나무가 마치 사람이 곡을 하듯이 울었고, 밤에는 궁궐 남쪽 길에서 귀신이 울었다.

경신년(660) 봄 1월에는 서울의 우물물이 핏빛으로 변하였고, 서해가에서는 작은 물고기들이 죽어나왔는데, 백성들이 아무리 먹어도 없어지지 않았으며, 사비수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4월에는 나무 위에 청개구리가 수만 마리나 모였고, 서울의 저자 사람들 중에는 이유 없이 누가 붙잡기라도 하는 듯 놀라 달아나다가 넘어져 죽은 자가 100여명이 되었으며, 재물을 잃어버린 자 또한 무수히 많았다.
<삼국유사 기이 제1 태종 춘추공 중에서>


병인년(1986)년 체르노빌에 뱀보다 큰 붉은 지렁이가 나타나 밤낮으로 12시간 동안 마당을 기면서 공포감을 줬다. 더불어 3마리가 한 몸에 붙은 개구리가 발견됐는데, 여섯 개의 다리로 기어 황폐한 들녘 위에 앉아있었다.

사람보다 큰 고양이의 사진은 합성논란을 불러왔다. 발전소 인근 강에서는 거대메기 떼가 발견됐는데, 길이가 4m나 됐지만 사람들은 먹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망초의 꽃대는 기둥처럼 굵어졌다. 6년 동안 8200여명이 죽고, 43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하였다.

신묘년(2011) 3월 후쿠시마의 하늘과 바다가 잿빛으로 변하였고, 지진과 원전사고로 3200여명이 죽었는데, 매일 각각 300톤씩 오염수가 유입되는 땅과 바다는 회복불능 상태다.

거대한 도롱뇽, 일그러진 데이지 꽃, 덩어리로 뭉쳐 열린 토마토 등 악마의 자연환경에 놀라 달아난 주민 13만6000여명은 고향을 떠나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며, 국가적 재산의 손실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위에 옮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재앙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3년 전의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28년 전의 체르노빌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아직도 원자력을 이용한 핵발전이 경제적이며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무심천에서 보기에도 흉측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 물컹물컹한 이 태형동물이 무심천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개체가 뭉친 형태로 자라는 큰빗이끼벌레는 상황에 따라 2m까지 자란다고 한다.

발견장소는 ‘고향의 땅 정비사업’ 일환으로 지난 3월부터 남일면 효촌리와 무심천 장평교(1.2㎞)를 연결하는 자전거도로를 조성했고, 4월부터 최근까지 하천을 건너기 위한 제1잠수교를 건설한 구간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보복을 하기 전에 먼저 신호를 보낸다. 그 징조에 둔감하면 재앙을 감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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