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상임부위원장까지 일당 독주체제 확립
새정치연합, 의사결정 구조에서 철저히 소외···반쪽의회 보여주는 수밖에

새누리당이 제10대 충북도의회 의장단을 싹쓸이 했다. 의장, 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 6명, 예결위원장 1명 등 총 10명을 새누리당 의원으로 채웠다. 충북도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새누리당 측은 “새정치연합과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자신들만의 요구를 고집해 얘기가 안됐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측은 “다수당은 협상과 타협과 대화를 하지 않고 힘 자랑만 했다“고 분개했다. 어찌됐든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소수당인 새정치연합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다수당의 횡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원구성을 기점으로 도의회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둘로 확연히 갈라졌다. 한 지방의원은 “이제부터 의원들은 옳고 그른 것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당대 당 정치, 정쟁을 일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도민들은 최소 2년 동안 최악의 충북도의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에 마지막 또한 잘 될리 만무다. 도의회 원구성 과정과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해 생각해 봤다.

▲ 새정치연합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오만과 독선으로 반쪽의회가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의장단 독식뿐 아니라 상생의 지방자치라는 도민들의 염원도 날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의회에 입성한 의원들은 또 한 번의 선거를 치른다.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을 뽑는 선거다. 이를 통상 원구성이라고 부르는데, 다수 의원을 배출한 다수당이 권한을 갖는다. 다수당은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다수를 차지한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대개 의석수 비율에 따른다. 그런데 많은 의회들이 이 때 갈등을 겪는다. 다수당은 적게 주려고 하고, 소수당은 더 많이 얻어내려고 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이다.

도내 지방의회 중 원구성시 가장 문제가 된 곳이 충북도의회다. 도의회는 새누리당 의원 21명, 새정치연합 10명으로 구성됐다. 제3의 정당없이 양 당 체제로 구성된 도의회는 애초부터 갈등이 증폭되면 폭발할 수 있는 구조다. 가운데서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개원전부터 원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의장단 독식은 해도 너무했다는 여론이다. 9대 도의회는 민주당이 횡포를 부렸다고 하나 독식한 건 아니다. 당시는 전체 35명 중 민주당 22명 한나라당 4, 선진당 4, 민노당 1, 무소속인 교육의원 4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이 의장, 부의장1, 상임위원장 5석을 차지하고 한나라당이 부의장1, 다른 당이 상임위원장 1석을 가졌다.

“새정치연합 안들어와 우리끼리 뽑아”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통상 의장단이라고 한다. 주요 결정은 이 의장단회의에서 이뤄진다. 의장단은 그에 걸맞는 권한과 명예, 업무추진비 등을 받아 재선의원이면 대부분 하고 싶어 한다. 특정 정당이 의장단을 석권했다는 것은 그 의회를 접수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새누리당은 전반기 2년 동안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상임부위원장까지 독차지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어떤 의사 결정 조직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다수당이 소수당의 팔 다리를 철저히 묶어 놓은 것이다. 지난 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래 발생된 초유의 사태다. 그간 정당간 크고 작은 갈등은 있었으나 이렇게 한 개 정당이 의장단을 독식한 적은 없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부의장 1석, 상임위원장 1석을 주겠다고 했고 새정치연합은 의석수 1/3에 해당하는 부의장 1석,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했다. 며칠동안 밀고 당기기를 하던 양 당은 지난 7~8일 만나 협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상임위원장 선출이 있던 8일, 회의가 열리자마자 정회소동이 빚어졌고 속개와 정회를 반복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자 의장단 10석과 부위원장을 신속하게 모두 자당 의원으로 채웠다. 새누리당 의원 A씨는 “여러차례 정회를 하며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회의장으로 들어오라고 했으나 오지 않았다. 안들어오면 우리끼리 하겠다고 마지막 통보를 한 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뽑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의원 B씨는 “양 당이 합의가 안돼 안들어갔던 것이다. 그런 상태로 갔으면 본회의장에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민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 끝까지 자제했다. 만일 그 때 우리가 싸움을 걸었다면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덮어 씌웠을 것”이라며 “알고보니 마지막 정회는 우리를 기다리기 위해 한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 우리 몫의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누가 맡을지 정하느라 했던 것이다. 모 의원이 쉽게 부의장에 당선되고, 소감문까지 준비한 것을 보고 알았다”고 항의했다.

▲ 새누리당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국을 막으려고 부의장 1석, 상임위원장 1석에 예결위원장 1석을 더 배정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이를 거부했다"며 몽니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의장 주관 행사 모두 보이콧”

새누리당은 원구성을 하면서 묘하게도 초선의원 8명에게 부의장, 상임위원장, 예결위원장을 맡겼다. 의장단 10명 중 이언구 의장과 김봉회 제1 부의장(증평1)을 빼고는 모두 초선이다. 때문에 초선의원들이 상임위를 매끄럽게 운영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은 “나머지 4명의 재선의원들은 하반기 때 의장 꿈이 있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의장단 싹쓸이를 주도한 사람들은 초선의원들인데, 이 과정에서 바른 말 하는 재선의원이 없었다고 들었다. 이들을 말렸다가는 점수를 잃어 의장하는데 불리하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새누리당이 일당 독주라는 사상 최악의 원구성으로 치달을 때 재선의원들은 개인 욕심을 위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의장단은 의원들의 상임위를 배분하면서 꼼수를 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의회 운영위원회를 제외한 정책복지·행정문화·산업경제·건설소방·교육위원회 등 5개 상임위에 공히 새누리당 4명, 새정치연합 2명을 배정했다. 이는 상임위에서 표 대결로 갈 경우 모두 새누리당이 유리한 구조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숫자가 2배 이상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숫자를 일률적으로 배정한 이유가 따로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광희 새정치연합 원대대표는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들이 양비론으로 보도하고 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우리에게 왜 안 싸우느냐고 하는데 몸싸움하고 점거농성하는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뒤 “앞으로 새누리당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의장 책임이 크기 때문에 의장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를 거부할 것이다. 이제부터 연찬회, 해외연수, 각종 행사는 따로 따로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도의회는 반쪽의회가 됐다. 도민들은 이로 인한 폐해를 알게 될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광희 의원은 16일 임시회에서 5분발언을 통해 새누리당의 싹쓸이 전례를 남긴 이 의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숙애 의원(새정치연합 비례)도 새누리 싹쓸이를 다수당의 횡포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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