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사직1동 골목이야기, 책 출판이어 문자벽화로 탄생 ‘경사났네’
흥덕문화의 집, ‘골목은 강물로 흐른다 2-사직동 in 디지털’구축

청주시 사직1동 골목이야기가 벽화로 재탄생됐다. 청주 흥덕문화의 집은 지난해 ‘골목은 강으로 흐른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직1동에 거주해 온 어르신들의 생생한 구술내용을 기록해 책자로 엮었다. 연이어 올해는 골목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 골목의 자서전이라고 평가받은 <여기 꼭두배기집 저 밑 뽕나무밭>에 담긴 구술내용을 부분 발췌해 문자벽화작업을 진행했다. 사라져가는 골목의 역사를 공유하여 이야기가 흐르는 골목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 청주시 사직1동 3통 벽화골목. 왼쪽부터 김덕근 구술기록진행자, 박경수 화가, 김성심 화가, 정형숙 사직1동 3통장, 이종수 흥덕문화의집 관장.

또 문자벽화에 이어서 ‘골목은 강물로 흐른다 2-사직동 in 디지털’이란 이름 아래 사진과 미술, 구술 자료를 통합할 수 있는 기록자료를 구축할 예정이다. 골목이야기 후속으로는 사직동 골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2세대들의 놀이문화와 일상의 추억을 기록한다. <여기 꼭두배기집 저 밑 뽕나무밭>은 지난 달 26일 통합청주시 발족기념으로 추진한 타임캡슐에 탑재됐다.

청주시 사직1동 3통의 변화

사직1동 3통은 신미술관에서 음성철물점까지다. 벽화골목은 청주의료원길로 나가는 지름길이어서 차량통행이 많은 사직1동의 중심 골목이다. 인근의 한벌초등학교가 한 학년에 3학급정도로 학급수가 줄고 있는 반면, 3통에는 노인만 70여명이 거주한다. 오늘과 내일이 다를 것 같지 않은 오래된 주택가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낡은 유모차에 몸을 의지해 밀고 다니는 어르신이 꼭두배기집 벽화담장을 보며 숨을 고르고, 슈퍼아주머니도 연신 벽화작업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내다봤다.

문자벽화의 첫 작업은 구술에 참여한 3통 정형숙(59) 통장집 담장에서 시작됐다. 비탈진 골목의 끝에 있어 꼭두배기집으로 불린다. 작년 골목이야기 채록집에서 ‘산에 가면 약이 아닌 게 없어요. 칡꽃 으름덩굴 꽃. 그 꽃이 향기가, 요렇게 몽아리졌을 때 따다가 소금물에다 살짝 쪄가지고 말려 놨다가, 냉동실에 넣어 놓고 물 끓여 가지고 거기다 세 개씩만 넣으면 향기가 기가 막혀요. 으름나무꽃이요, 칡꽃도 피기 전에 해야 돼, 그럼 물에다 넣으면 고게 펴요’ 라는 정 통장의 구술부분이 문자벽화가 됐다. 꽃나무를 유독 좋아하는 정 통장이 “이거 다 내가 한 말이네”라며 활짝 웃었다.

정 통장은 “30년 전, 이곳에 집 사서 들어올 때는 번듯하진 않았어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90년 초 시외버스터미널이 자리를 옮기면서 다들 빠져 나갔다. 여인숙들이 빈집이 되고 이제는 잊혀진 동네가 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정 통장의 이야기와 함께 이 일대가 잠실이었던 이야기, 청주의 여섯 번째 학교인 한벌초등학교가 세워지기 전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던 이야기들은 기록집에 담겨 타임캡슐에 실리면서 후손들에게 알릴 청주의 역사문화가 됐다.

▲ 문자벽화 작업 모습.

사직1동 주민센터는 최근 주민참여로 골목을 환한 색으로 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부분 부분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를 통해 유행가 가사나 시를 적어 넣는 작업도 이루어졌는데 주로 그리는 사람이 내용을 정했다. 이런 방식은 도시미관을 살리기 위해 시도하는 벽화가 지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사례들의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흥덕문화의 집 이종수 관장은 “골목은 강물로 흐른다 2 프로젝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이 골목의 삶이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주민 만족도를 높이도록 꾸준히 대화하며 함께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사직동 골목에 꽃구경 났네

벽화팀은 같은 색깔로 단장해 놓은 옆집 담까지 이어 붙여 애기똥풀을 그려 넣었다. 먼저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나서 색을 칠하고 테두리 선을 그려 노란 꽃과 초록 잎색이 도드라지게 살렸다. 문자그림은 판화식으로 오려놓은 글자를 벽에 대고 물감을 찍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벽화작업에 참여한 김성심 화가와 박경수 화가는 청주민미협 소속 작가다.

▲ 문자벽화 작업 모습.
이들은 그간 청주에서 이루어지는 벽화 작업에 다수 참여하면서 구술자의 감성을 구현해 왔다. 한여름 땡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벽화 그림을 그리는 젊은 화가들에게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지나며 “골목이 다 환하네” “예쁘네 예뻐, 민들레며 애기똥풀이며 참 예쁘네” 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직한 화가들의 손에 의해 우툴두툴한 시멘트벽에 물감이 먹어들어 가면서 들꽃 본연의 씩씩함이 살아났다.

재건축에 들볶이면서 아이들이 떠나 텅 빈 골목을 지키는 사람들의 소외된 상처를 치유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골목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벽화팀의 정성도 강처럼 흘러 사람들에 닿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사람 살기는 그만이에요. 그래서 나는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나 몰라요.” 정 통장의 사직동 사랑을 문자벽화에 옮긴 김성심 화가는 “뿌듯하다”는 한마디로 벽화에 매달린 지난 한 달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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