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태풍 너구리가 북상 중이다. 독자들이 신문을 받아보는 시점에는 이미 한반도에 영향을 주었거나 다행히 큰 피해없이 사라진 후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이맘때면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농작물이 침수되고,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재해 가운데 상당수는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인재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 안전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했고,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비통한 사건을 통해 사고예방정책 만큼은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한다. 그 결과 선박회사들은 이제야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나라 전체에 팽배한 안전 불감증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는 1998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를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업을 통해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아직도 27곳에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오히려 더 큰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서도 미연에 막지 못한다면 그것이 인재다. 이미 수년전 위험하다고 판단됐지만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답답하다. 이번 장마철도 요행을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절반의 사업비를 보조하는 사업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먼저 사업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을 하지만 그건 그들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어떤 이유도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목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최근 옥산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충청에너지서비스는 열병합발전시설을 건설해 가동 중 발생하는 열로 물을 데워 기업에 스팀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또 지역업체인 엔이티는 폐기물에서 선별된 폐플라스틱류로 고형연료를 만들고 이를 소각해 스팀공급을 하겠다며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유연탄을 쓰겠다는 열병합발전시설에는 LNG를 연료로 쓸 것을 요구했고, 엔이티의 시설은 한마디로 쓰레기 소각장이라며 설치를 반대했다.

이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재는 LNG를 주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에 저가의 에너지원을 공급함으로써 생산원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지역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공공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정작 국민의 안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거나 한참 후순위다.

두 업체는 스팀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연료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유연탄을 쓰는 열병합발전시설이나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시설이나 정부 기준치에 충족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입장이다.

그것만으로 그곳 주민들은 이들의 입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법적 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이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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