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객원기자

▲ 이재표 객원기자
불난 지방자치에 부채질을 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정치에 대한 혐오가 깔때기를 거쳐 지방의회로 쏟아지는 것에 반대한다. 누군가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면 오히려 내가 펼 수 있는 모든 논리로 방패가 되어주고 싶다.

그런데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 논리불능의 지경이다. 여야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는 양비론만 가능하다. 그러나 양비론은 이 상황에 대한 최악의 진단이며 불난 지방자치에 기름을 붙는 것이다.

충청북도의회는 7일 전반기 의장을 선출했으나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은 뽑지 못했다. 양당이 소위 배분협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몫으로 부의장 한 명과 상임위원장 한 명을 제안했고 새정치연합은 상임위원장 한 명을 더 달라고 했다. 그깟 한 명이 대수이겠냐 싶지만 그 간극은 뜻밖에도 멀었다. 공은 8일 재개된 임시회로 넘어갔으나 정회를 거듭한 끝에 새누리당 의원 21명만 참석한 가운데 투표에 들어갔다.

결과는 예상대로 새누리당 독식이다. 김봉회 제1부의장만 재선이고, 박종규 제2부의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6석은 모두 새누리당 초선의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도의회 31석 중 10석을 차지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새정치연합은 원구성 회의가 끝난 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상생과 균형의 묘를 살리지 않고 오만과 독선적으로 의회를 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3분의 1 의석을 확보한 만큼 상임위원장 6명 중 2명은 새정치연합의 몫이 되어야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등원 거부까지 보류하며 밀어준 이언구 의장이 중재에 실패한 만큼 이 의장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그러기에 준다고 할 때 그 정도라도 받지 그랬냐’는 분위기다. 결국 논쟁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때는 다수결이 가장 민주적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6.4지방 선거 이후 다수당의 의회직 독식은 충북도의회가 처음이 아니다. 강원도의회와 충남도의회가 이미 배분협의에 실패한 결과로 다수당 독식의 선례를 보여줬다. ‘힘의 논리’는 전국적인 경향으로 보인다.

그것이 문제다. 설사 4분의 3, 5분의 4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도 그들이 의회직을 독식하는 순간 그들은 ‘반쪽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시종 지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감시와 견제도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앞선다. 2대1의 구조 속에서도 원만한 원 구성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어찌 됐든 상임위원장 한 석을 놓고 두 당이 벌인 용렬함에 대해서는 두 당 모두 비판을 받아야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비론이 불가피하다. 새정치연합은 도의회 파행을 막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었다. 도민들은 양당 간의 배분협의에 관심이 없다. 향후 펼쳐질 의정활동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느 쪽이 됐든 쿨(Cool)하게 양보할 수 없을 만큼 밀고당겨야할 문제라면 조금 더 머리를 맞댔어야했다. 하루 이틀 원구성이 늦어지는 것은 전반기 2년의 파행에 비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이게 지방자치의 현주소이자, 중앙정치로부터 보고배운 학습의 산물이다.

그래도 변화는 중앙보다 지방에서 시작될 것이다. 적폐의 정도가 덜하니 앞으로라도 유권자의 의지가 결정할 개연성이 높다. 그것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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