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 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헌법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정의 최고 관리자인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의원을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이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어 다수의 민의를 대표할 사람이 선출 공직을 맡고, 그가 다른 소수의견까지도 고려한 공직 활동을 제대로 수행한다 하더라도 이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만 가지고 국민(인민)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원래 모습이 완전히 구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대표할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슷하게 계급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보수양당이 정치적 자원을 거의 양분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진보적인 정책의제가 무시되며 사회적 갈등이 정당 정치를 통해 해결되기 어렵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두 거대 정당은 모두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찬성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만 보아도 이 두 정당에 포괄되지 않는 정치지향과 욕구들은 제도정치 밖에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택하는 주요 이유는 이 제도가 민주주의의 본질에 가장 잘 맞기 때문이 아니라, 국정의 모든 사항을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의제 민주주의는 각 조직체 수준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 장치를 발전시키고, 직접민주주의의 원리를 중대한 국정운영사항에 도입함으로써 보완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직접 선출하게 되었고, 지방자치가 도입된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간 중요한 발전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를 통한 민주주의를 제외하고는 민주화과정은 매우 느릴 뿐만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되기도 한다.

노조운동에 대한 족쇄가 여전히 심각하고, 대학에서는 지난 정권 때부터 교육부의 강권에 의해 총학장 직선제가 폐지되었으며 공무원들이나 교원들은 여전히 노조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진보정당의 제도화나 각급 조직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의 확대, 노동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의 활성화 등의 과제를 해결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은 위로부터의 시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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