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KBS 예능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새로 선보인 코너 ‘닭치高’가 화제다. 닭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이름은 ‘닭치고’, 반 이름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다. 머리에 닭 벼슬로 분장하고 빨간 입술로 분장한 닭들은 30초마다 기억을 잃어버린다.

반장이 되고 싶다고 자원한 불닭은 자신에게 반대표를 던진다. 담임 선생은 방금 뽑은 반장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반장을 뽑는다. 양호 선생 ‘후다닭’은 아픈 학생 대신 엉뚱한 학생에게 주사를 놓고 후다닥 사라진다. 이 코너의 캐릭터들이 대개 이런 모습이다.

그런데 개그에서나 볼 법한 현상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개그는 웃음을 주지만 현실은 실망과 분노를 준다.

필자는 지난주 한 시민으로부터 수영교 교량 난간이 유실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현장 확인 결과 교량 난간 6m가량이 유실됐다. 유실된 교량 난간은 ‘수사중 출입금지’라는 얇은 띠로 엉기설기 엮어 있다. 보행로에는 ‘안전 제일’이라는 공사용 입간판으로 대충 막혀 있다. 이곳을 통행하는 전동휠체어와 자전거 이용자들은 잠깐 멈추거나 내려서 이동했다. 그들의 눈빛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들은 신기한 구경거리를 만났다는 듯 놀이 삼아 난간사이로 몸을 들이밀며 놀았다.

위험천만한 수영교가 난간이 유실된 시점을 청남 경찰서에 문의한 결과는 지난 5월 28일. 한 달이 훌쩍 넘도록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청주시 담당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지만 교량 난간이 유실된 사실도 알지 못했다. 반면 청남서 관계자는 수 차례 청주시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후에 청주시 공무원이 답변은 더 가관이다. 이 관계자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당사자에게 원상 복구 책임이 있다”며 “현재 해당자가 부산에 있는 업체에 교량 복구를 의뢰한 상태로 2~3주 안으로 복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라면 교량 난간이 부서져도 지자체가 할 일은 없다. 책임은 민간에 있고 민간이 해결할 때까지 지자체는 기다리는 모양이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귀가 아프도록 강조됐던 ‘안전’. 하지만 지자체는 이미 ‘안전’이란 말을 잊고 있었다. 반면 통합청주시가 출범하던 날 청주시청엔 ‘안전한 청주’라는 새로운 현수막이 게재됐다. 안전을 강조하다 순식간에 이를 망각하고 다시 30초 만에 안전을 강조하는 ‘닭치高’와 무엇이 다른가.

진천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천군은 지난해 허위자료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2억여원을 부정수급한 모 사회복지시설을 지정 취소했다. 군비를 비롯해 30여억원을 지원한 시설이 사회복지재단의 잘못으로 운영이 중단된 것. 하지만 관련 잘못을 개선해 시설을 재개원하기로 약속했던 이 복지법인은 여전히 배짱이다. 약속한 시점이 지났지만 언제 개원될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진천군은 이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도 못 내놓고 있다.

진천군은 과연 기억이 있는지 묻고 싶다. 30여억원을 지원한 사실도, 부정수급을 적발해 진천군이 지정 취소를 했던 사실도, 해당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약속받은 사실 자체를 기억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래저래 ‘닭치高’ 같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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