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종 생태연구소 터 소장

▲ 김태종 생태연구소 터 소장
우리 지역에 충북종교사랑방이 결성된 것은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는 못하지만 대략 한 일곱 해쯤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종교가 다른 것이 대립이나 갈등 관계가 아니라 만남을 통해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마당을 연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충북종교사랑방은 지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몇 가지 일들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중 손꼽을 수 있는 것 세 가지만 든다면 먼저 종교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여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각 종단의 지도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그렇게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화합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종교음악회를 열고 이를 통해서 종교인들의 소박한 잔치를 경험한 것, 그리고 시대적인 문제에 대한 작지만 의미있는 대응으로 지난 4대강 사업 때 한 목소리를 낸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종교사랑방은 그야말로 친목을 도모하는 사랑방의 역할 이외에는 별로 한 것이 없는 것 같은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의견의 일치를 못 보았다는 것보다는 시간을 맞추는 문제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변명도 가능한 것이 회원들의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역이나 나라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에도 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했으며 어려운 사람들이 힘이 없어 억울하게 짓밟히는 자리에도 한 번 나가서 기댈 언덕이 되어 준 일도 없지 않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나서 온 나라가 온통 고통과 슬픔, 그리고 혼란에 휩싸였는데도 거기에 대해서도 종교사랑방 차원에서의 어떤 목소리나 몸짓이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종교사랑방의 존재 의미나 가치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모임도 좀 뜸한 편이었는데 지난번 종교사랑방 정례 모임이 있었습니다.

바쁘고 일정이 맞지 않아 모임을 제대로 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모임에는 거의 모든 회원들이 참석하여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난 다음 그간의 우리 문제에 대한 작은 평가를 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역사 앞에 성실하고 정직한 종교지도자들의 모임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의견을 내는 이도 없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뜻이 하나로 모아졌고 다시 한 번 몸 추슬러 역사 앞에 바른 소리를 내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모처럼만에 흐뭇했고 앞으로 종교사랑방이 우리 지역의 문제에 소홀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참으로 큰 기쁨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특히 힘이 없어 억울한 이들에게 든든한 기댈 언덕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그 날의 일을 소개하는 것은 그 날 우리의 논의가 단지 한 단체의 목소리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앞에서 한 하나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앞으로 더욱 성실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덧붙이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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