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가질 수 없는 자들의 소유욕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왕이 즉위한 후 귀가 갑자기 당나귀 귀처럼 자랐다. 왕후와 궁인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오직 ‘복두장인(幞頭匠人)’ 한 사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생토록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죽을 때가 되자 도림사 대숲 가운데로 들어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나무를 향해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왕은 그것을 싫어하여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는데, 바람이 불면 이런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
<삼국유사 기이 제2 제48대 경문대왕 중에서>

대나무는 대차게, 산수유는 살살

그가 내려와 악수를 하면 갑자기 지지율이 올랐다. 순진한 국민들은 대개 이 사실을 따지지 않고 오직 ‘복두장인(伏頭裝人)’들만 이해득실을 따졌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자 선거를 지원할 수 없었다.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던 날 그가 민심을 달래러 내려오자 들뜬 복두장인들이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 대통령은 충북의 딸이다.”

전에도 야당바람만 불면 선거판에선 났던 소리다.
“우리 박○○는 충북의 딸이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싫어하여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바람이 불면 이런 소리가 났다.
“그래도 충북의 딸이잖아.”

소유와 존재의 문제다. 아니 소유욕과 실존의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충북의 딸이라는 것은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인 것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 경북 구미임에도 경북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굳이 ‘경북의 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부녀(父女) 박 대통령이 탄생하기까지 그들의 정치적 기반은 계속해서 영남이었고 아들, 딸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Give & Take’가 상존해 왔다.

충북은 ‘소유’하려하지만 손에 넣지 못하고, 그들은 영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단어해설
-복두장인(幞頭匠人): 두건을 만드는 기술자.
-복두장인(伏頭裝人): 머리를 조아리고 낯빛을 치장하는 자, 정치인을 비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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