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자 마구잡이 유입 후 고의부도 등 부작용… 산단 인근 주민들 개선요구 거세

전국의 산업단지들이 지정폐기물 매립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각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지정폐기물들을 자체적으로 처리해 환경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신설 산업단지에는 의무적으로 지정폐기물 처리 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 2012년 에어돔 붕괴로 침출수 문제 등 환경재앙을 낳은 제천시 왕암동 지정폐기물매립장.

그러나 이 같은 강제규정은 오히려 산업단지마다 쓰레기 대란을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져 기업과 주민들의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천시 왕암동 제천산업단지 지정폐기물 매립장이 대표적 사례다. 당초 제천산단 지정폐기물매립장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정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30년 가까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매립장 사업권을 확보한 민간업자가 전국 각지의 지정폐기물을 마구잡이로 유입하면서 1년여 만에 쓰레기가 가득 찼고, 중간에 매립용량을 늘렸음에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지정폐기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욱이 이 매립장은 지난 2012년 폭설에 에어돔 천정이 무너져 침출수가 외부로 유출되는 등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관할 원주지방환경청은 매립장 침출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제천시에 모든 것을 떠넘겨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제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천산단보다 먼저 조성된 청주시 오창산단의 경우 주민과 사업자 간에 지루한 법적 공방이 수년째 이어진 끝에 사업자의 승리로 매립장이 운영됐으며, 사업자는 매립이 마무리된 부지 위에 다시 소각장을 운영키로 해 주민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오창산업단지의 경우 폐기물매립장에 따른 악취 문제로 인근 주거지역 주민들이 날마다 민원을 제기하는 등 환경 문제가 지역의 대표 현안으로 부상했음에도 또다시 소각장을 추진하는 데 대해 주민 반발이 거세다.

또한 경북 성주시의 경우에도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관계법에 따라 지정폐기물매립장을 승인하려 하자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산업단지 내의 지정폐기물 매립장 조성과 관련한 민관 갈등은 이미 전국적인 현상이 된 지 오래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신규산업단지 조성 시 지정폐기물매립장을 의무 설치토록 하는 것까지는 용인한다고 해도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자들에게 매립장 운영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는 지정폐기물매립장을 환경부나 지방환경청이 직접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즉,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지정폐기물을 산단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취지에서 지정폐기물매립장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실제로는 민간 업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지정폐기물들을 마구잡이로 유입해 실속만 챙긴 다음 고의로 부도를 내는 등 반사회적 행태로 일관해 온 데 대해 근본적 해결책을 수립하라는 얘기다.

특히 원주지방환경청은 제천 왕암동 지정폐기물매립장이 침출수 유출 등 각종 문제로 몸살을 앓는 동안, 법으로 규정된 폐수배출시설과 방지시설의 설치 의무를 민간업자의 법정대리인격인 제천시에 떠넘기는 등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해 시와 주민의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 전문가는 “환경청은 지정폐기물매립장의 허가권자로서 주민 반발은 아랑곳 않은 채 능력과 자질이 없는 특정 업자를 사업자로 선정해 놓고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제3자라도 되는 양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정폐기물 처리시설을 민간 업자나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환경부나 지방환경청이 직접 처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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