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식 한국교통대 철도시설공학과 교수

▲ 이호식 한국교통대 철도시설공학과 교수
금년 초부터 대학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의 광풍에 도내 대학뿐만 아니라 전체 대학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프로그램에 따른 여파다. 대학 입학 대상 학생 수가 저출산으로 인해 감소함에 따라 향후 2023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을 16만 명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수단은 대학 특성화라는 재정지원 사업으로 결국은 돈이다. 대학마다 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정원도 줄이고 학과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이 비대화된 이면에는 90년대 초반 신자유주의와 민주화가 대학에서 잘못 적용된 면이 없지 않다. 대학 민주화와 자율화의 바람을 타고 입학정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더불어 등록금 또한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0년 우리나라 대학 입학정원은 33만 9510명에서 2002년 65만 6783명으로 약 10여년 사이에 93.4%로 증가했다.

초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정부는 2003년부터 정원 감축 기조로 전환하였지만 한번 고삐가 풀린 대학의 비대화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정원감축률은 16.9%에 불과했고, 비약적으로 정원이 증가되던 시기에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해 왔다.

정원 증가와 등록금 인상으로 늘어난 대학 재정이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이용되기보다는 일부 부실 사학에서 문제가 불거진 바와 같이 재단 곳간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이는 부실 교육으로 이어지고 결국 대학이 문을 닫게 되면서 모든 피해는 학생들에게 떠 넘겨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져 왔다.

현재 진행되는 대학 구조개혁은 비대화된 대학을 체질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보기에는 여러 허점들이 내재돼 있다. 단적인 예로 금번 구조개혁으로 인해 날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방 소재 대학들은 점점 더 쇠락할 것이고 그 가운데 도세도 약하고 학령인구도 적은 도내 대학들은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을 것이다.

또한 부실사학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한 재단에 엄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배를 불는 데 국가 예산이 충당될 것이고 결국 이런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는 구조개혁 프로그램은 급조되어 속도전으로 진행되다 보니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국민들로부터도 큰 지지나 신뢰를 얻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대학 입학정원이 학령인구와 비교해 넘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래지향적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치밀한 전략과 대학 구성원과의 충분한 협의나 대화가 부재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면 결국 대학에 많은 상처만을 남긴 채 시간과 예산만 헛되이 소모하는 것이 아닌 지 우려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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