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미군정청 법령으로 청주에서 분리···3전4기만에 통합성공
오송·오창단지, 청주국제공항 들어서 비약 발전···전국 군단위중 2위 위상

충북 청원군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엄밀히 말해서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청주·청원통합으로 더 큰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나 청원군이라는 지명은 없어지게 됐다. 대신 통합 후 4개 구(區) 중 하나가 ‘청원구’로 이름을 유지한다. 청주·청원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통합이 필요한 곳이었다. 청원군이 청주시를 빙둘러 싸고 있는 도너츠형인데다 양 지역의 경제·사회·교육·문화 등 생활권이 같아 행정구역 개편이 시급한 지역으로 꼽혔다. 3전4기만에 통합을 이룬 것만 봐도 통합이 얼마나 중요한 화두였는지를 알 수 있다.

청주·청원군은 지난 17일 청원군민회관에서 양 지역 역사를 길이 보존하기 위해 통합기념 타임캡슐 봉입식 행사를 거행했다.

청원군은 지난 1946년 미군정청 법령으로 탄생했다. 청주·청원은 같은 지역이었으나 도시지역을 제외한 청주군은 청원군이 됐고, 청주읍은 1949년 8월 15일 청주시가 됐다. 충북100년 연표에는 “청주읍이 (府)로 승격됨에 따라 충북은 1부·10군·3읍·102면으로 개편되고 청주군은 청원군으로 변경됐다”고 나와 있다.

이후 청원군은 인접지역을 편입시키거나 청주시로 내주는 등의 역사를 거듭하다 3개읍과 10개면으로 성장했다. 청원군으로 독립한 당시에는 작은 군단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들어 청주국제공항, IT산업의 중심 오창과학단지, 대한민국 BT산업을 이끄는 오송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섰다. 오창과 오송은 읍으로 승격돼 현재 충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도시가 됐다. 관내에는 관광명소가 많다. 대청댐·청남대·문의 문화재단지·옥화9경·초정약수·미동산 수목원 등 시원한 물과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축제는 청원생명축제와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가 대표적이고 매년 1월 1일에는 대청호해맞이축제를 연다.

‘청원69년사’는 “청원군은 오창과학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로 비약했다. 충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략산업들이 청원군에 들어와 위상이 달라지게 됐다. 오창과학단지는 전기·전자·정보산업과 여러 첨단산업의 생산단지로 개발되면서 신도시로 조성됐고,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생명공학단지와 주요 정부기관이 이전하면서 역시 신도시 형태로 조성됐다. 또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되면서 청원군 부용면 일원이 포함되는 변화를 겪었다”고 썼다. 청원군은 군의 역사를 길이 남기기 위해 충북대 중원문화연구소에 ‘청원 69년사’ 집필을 의뢰했다. 이 책은 6월중 발간된다.

5개 분야 624점 타임캡슐에 묻는다

청원군 인구는 증감을 계속하다 지난 5월말 기준 15만5385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군단위 중에서는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이종윤 군수는 “낭성·미원·가덕·문의·현도면 등 남부지역은 인구가 3만여명으로 적은 편이나 농촌관광·힐링·농업이 주산업이었다. 반면 오송·오창·내수·옥산면 등 북부지역은 12만여명에 IT·BT산업이 발달했다. 군 예산은 6000억여원이었다. 인구·예산으로 볼 때 전국에서 경북 울주군 다음으로 높다. 그래서 한 때 청원시 만들자는 얘기까지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청원군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통합시를 열었다는 점에서는 군민들이 위대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통합시 인구는 84만명이지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 대한민국 중심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이승훈 청주시장 당선자가 잘 하겠지만, 청주·청원 주민들 갈등없이 화합해 나가도록 세심하게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지막 군수인 이종윤 군수가 사용하던 명패·명함·책상·필기도구 등 사무용품은 문의문화재단지 수장고에 보관된다.

그리고 지난 17일에는 통합기념 타임캡슐 봉입식을 열었다. 청주·청원 양지역의 역사를 길이 보존하기 위한 행사였다. 자치행정·복지문화·산업환경·건설도시·통합추진 등 5개 분야 624점을 추려 오는 25일 현 청주시청 주차장 화단내에 묻는다. 여기에는 청주·청원군기와 시민·군민신문 마지막 호, 관내 교복, 청주산단·오창산단 공산품, 통합홍보물 등 각종 자료가 들어갔다. 통합홍보물은 통합운동단체들이 만든 자료와 사진 등이다. 후손들은 나중에 사라진 청원군의 실체와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던 발자취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손상현부터 이종윤 군수까지 36명 재직
안영국·김종성·박정순·오효진·김재욱 군수 등 생존···임기 못채운 사람도

청원군수로 재직한 사람은 모두 36명이다. 제1대 손상현 군수부터 36대 이종윤 군수까지. 역대군수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21대 안영국, 26대 김종성, 30대 박정순, 34대 오효진, 35대 김재욱 군수와 현 이종윤 군수 등이다. 민선시대는 제32대 변종석 군수 때 시작됐다. 변 군수는 민선1기 군수 선거에 나와 당선됐고 민선2기에도 연임돼 두 번의 군수를 지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12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故 변 군수는 2001년 초정에 관광호텔 ‘스파텔’을 건립했으나 이 과정에서 인사청탁과 함께 116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3년 추징금 1160만원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래서 민선2기 때는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년 1개월 만에 군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돌풍을 일으키며 관선시대 마지막 군수였던 오권영 군수를 누르고 당선됐으나 이렇게 끝은 좋지 않았다.

10여개월의 공석 끝에 민선3기 군수로 당선된 오효진 군수의 이력은 특별했다. 그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데다 조선일보 기자, SBS 보도국장, 국무총리 공보실장겸 정부대변인 등을 지냈다. 이후 청주시장, 총선 등에 출마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고향 현도면에서 소설을 쓰며 소일했다. 하지만 현재는 지병으로 몸이 불편한 상태다.

이어 취임했던 민선4기 김재욱 군수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통합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김 전 군수는 200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청주·청원통합 반대 버스투어를 실시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1156만원 어치의 교통편의와 음식물을 제공한 것이 발목을 잡아 2009년 12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그래서 3년 6개월만에 물러났다. 현재 특별한 사회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이후 민선5기에 선출된 이종윤 군수가 2010년 취임했다. 이 군수는 이시종 지사, 한범덕 청주시장과 함께 청주·청원통합을 이룬 단체장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오는 6월 30일 임기를 마치는 이 군수는 향후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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