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객원기자

▲ 이재표 기자
6·4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이 지사 스스로도 ‘당 대(對) 당’ 선거여서 힘들었다고 말할 만큼 그가 속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낮은 정당지지도 때문에 후보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 지사는 그러나 세종시와 세종시의 관문인 충북을 중심으로 신(新)수도권시대가 열렸고, 도지사로서 이를 주도한 것을 신승(辛勝)의 비결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한 상징적인 슬로건이 ‘영충호시대’다. 이 지사는 충청권 인구 총계가 전라권 인구를 앞지른 지난해 5월 이후 ‘영충호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선거기간 내내 영충호의 비전을 설파했다. 영충호란 이미 하나의 단어로 성립된 영호남 사이에 충청을 끼워 넣은 것이다. 그 근거는 오직 인구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408명 앞질렀다. 또 지난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충청권 인구는 충북 157만2158명, 충남 204만6550명, 대전시 153만3114명, 세종시 11만9309명 등 모두 527만1131명이다. 광주, 전남, 전북을 더한 호남권 인구가 모두 525만2554명인 것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격차는 1만8577명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영충호 시대는 일단 용어의 조합에서부터 불편하다. 새누리당 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은 “행정구역으로는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경기도 등으로 도명을 쓰고, 지형적인 특성을 고려해서는 영남, 호남, 호서, 영동, 영서 등을 쓴다”며 “영충호라는 말은 지리 구분을 뜻하는 영남과 호남의 첫 글자와 행정구역을 의미하는 충청남북도의 첫 글자를 조합한 말로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교육감이 선거 국면에서 설사 이 지사를 깎아내리기 위해 한 말이라도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영남(嶺南)은 서울을 기준으로 조령과 죽령 밖에 있는 고을을 이르는 말이다. 또 호남(湖南)은 큰 호수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하구언이 호수처럼 넓은 금강 이남을 칭한 지명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금강의 다른 이름은 호강(湖江)이다. 그래서 영충호는 왠지 억지스럽다.

더 큰 문제는 영충호가 지역감정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 결과는 역시 동서분할이었다. 지역감정은 장벽이다. ‘충북의 홀대를 받고 있다’ ‘충북에선 총리가 나오지 않았다’ 등 우리가 쏟아내는 불평불만의 기저에는 지역구도가 깔려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지역감정이 칼춤을 췄고 정치권은 절반의 승리를 거뒀으며,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는 패배했다.

충청과 전라의 인구역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의 인구유입과 이와는 반대로 중부권의 수도권 종속이라는 모순이 함께 빚어낸 결과다.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틀을 갖춰나가는 것과 동시에 천안은 기존 수도권의 변두리로 편입되는 효과가 충청권 인구증가의 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균형발전은 수도권을 규제하고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신 수도권이 남하해서 전라는 물론 경상의 말초까지 영향을 미쳐야하는 것이다.

인구만으로 호남을 하위에 두는 개념이나 영남을 상위에 두는 것은 일단 너무 단순하고 순진한 발상이다. 호남에겐 결례가 되고 충청인에게도 영남과 호남의 사이에 낀 것이 그리 자랑스럽지 않을 듯하다.

그동안 영충호를 보도한 모든 기사에 충청과 호남의 인구는 예시돼 있어도 영남권 인구는 언급돼 있지 않다. 경상남북도와 부산, 울산의 인구를 더하니 1330만이 훌쩍 넘는다. 충청과 전라의 인구를 더해도 중과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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