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

▲ 조광복 노무사
한국노동연구원은 나랏돈으로 설립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이 연구원의 한 간부가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은 정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선 기본적으로 조합원 자격은 노조가 알아서 할 사안이란 입장입니다. 밖에서 보면 웃기는 일이죠.”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Education International)은 172개국 401개 교원단체가 가입돼 있는 국제조직이다. 전교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회원이다 EI 리우벤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교사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를 가로막는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요. 제발 국제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눈을 뜨고 보라고 한국 정부에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6월 19일, 법원은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취소 소송 1심 판결을 내린다. 해고된 교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해서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받아 재판까지 간 사건이다. 국책연구기관 간부가 보기에 국제적으로 웃기는 일이고, 교총도 가입되어 있는 EI 사무총장이 보기에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국내법으로 알아서 하는 문제이니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국제사회에서는 이럴 것 같으면 ILO는 왜 가입했고 OECD는 왜 가입했느냐고 지적한다. 국제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가입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ILO를 한번 보자. ILO(국제노동기구)는 UN 산하 기구이다. 2013년도 기준으로 한국을 포함해 185개의 나라가 가입해 있다. ILO는 정부가 준수해야 할 189개 협약을 두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28개 협약만 비준한 상태다. 185개 나라 중 협약 비준율 120위다.

특히 ILO 핵심협약 4개 즉,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29호(강제근로에 관한 협약)·105호(강제근로의 폐지에 관한 협약)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ILO가입국 중, 결사의 자유 등 핵심협약 4개 모두 가입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브루나이, 피지, 몰디브, 마셜제도, 투발루 7개 나라가 있다.

지난 5월 19일 국제노조총연맹(ITUC)이 공개한 세계노동권리지수(GRI)에서 한국은 최하위인 5등급으로 분류됐다. 5등급은 ‘노동권 보장 없음(No guarantee of rights)’을 의미한다.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과테말라, 짐바브에 등 23국이 한국과 같은 5등급을 맞았다.

ILO의 라이더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정부가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권고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노동기본권 탄압 상황을 오랫동안 주목해왔다.”

한국의 경제규모(국내총생산)는 세계 15위 수준이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총생산 규모가 세계 15위라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경제대국(?)의 노동권 보장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은 더 말해 잔소리다. 한국의 노동권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전교조 사태. 국제적 기준을 가감 없이 적용해 정의하면 이렇다. “웃기는 일, 잘못된 일, 이상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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