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원, 야간에 입소 노인 10명당 1명만 근무
침대에 노인 손묶고 소방교육 전무…불 나면 ‘아찔’

지난 5월 28일 전남 장성의 모 노인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21명의 환자와 간호조무사가 목숨을 잃었다. 스프링 쿨러등 화재예방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고 비상 통로는 열쇠로 잠겨진 채 막혀있었다.

미국 방송 CNN은 이를 보도했다. 5월 28일(미국시간) CNN은 ‘한국의 병원 화재로 노인 21명 사망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사망한 노인들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70, 80대 노인들이며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한 노인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CNN은 “화재는 지난달 300명의 사망자 혹은 실종자를 낸 비극적인 여객선 침몰사고의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며 “서울시 지하철 사고 및 고양터미널 화재 사고 등의 일련의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의 이런 보도 태도는 세월호 사건이 이후 발생하는 여러 사건 사고에서도 안전은 뒷전인 한국의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리뷰는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사건이후  도내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노인요양시설의 안전실태에 대한 실상을 취재했다.(편집자주)

▲ 6월 12일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충북본부가 청주 시청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간병사들의 근무제를 전환해 사고의 위험이 높아졌다며 이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근거해 99명의 노인이 입소한 청주시 관내 모 노인요양원. 이곳에는 현재 40명의 요향보호사가 재직하고 있다. 이 외에 간호사 1명과 간호 조무사, 조리원 약간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요양원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A(여‧62)씨. 그가 전하는 실상은 충격적이다.

A 씨에 설명에 따르면 그가 근무하고 있는 이 요양원은 저녁 6시가 되면 야간 근무를 하는 요양보호사를 제외하곤 전원 퇴근한다. 99명의 노인을 돌보기 위해 남는 위원은 10명. 99명의 입소 노인들은 거의 혼자서 거동을 하지 못한다. 이중 3분의 1정도 노인들은 거동은 고사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와상 환자다.

또 소수이지만 일부 노인은 침대에 두 팔을 묶어 두는 경우도 있다. 주로 치매 노인이나  외부인의 침입과 치매노인들의 무단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저녁이 되면 현관 출입문을 잠가 놓는다. 건물 양측에 있는 비상 통로도 열쇠로 다 잠가 놓는다.  요양보호사들은 각 층에 2명씩 배치돼 1인당 10명의 노인 들을 보살핀다. 이 노인요양원은 총 5층으로 구성돼 있다.

A 씨에 따르면 야간에 낙상과 같은 사고나 입소 노인이 생명이 위급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는 응급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근무자는 간호과장을 호출해 필요한 지시를 받는다고 한다. 상황이 급박할 경우 119 응급차량을 불러 환자를 이송하지만 요양원 직원이 따로 동행하지 않는다.

A 씨는 전남장성요양병원 화재발생 이전까지는 소방교육을 단 한 차례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다음주에 처음으로 소방서가 나와서 소방교육을 한다”고 했다.

사망사고 있었지만  ‘쉬쉬’

청원군 지역에 있는 입소 정원 70여명의 또 다른 노인요양원. 이곳에서 2년간 근무한 요양보호사 B(63‧여)씨. B 씨는 지난해 이곳에서 한 입소 노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이 노인이 ‘엘 튜브’(일명 콧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이 것을 뺀 것 같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죽음과 연관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씨는 사고 이후 “요양원 측에서 이 사실을 쉬쉬 했다. 유족과도 신속하게 협상이 된 것 같았다”고 했다.
그가 설명하는 이 곳의 상황도 위 노인요양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4층 건물로 이뤄진 이 노인요양원은 야간에 각 층마다 2명의 요양보호사가 배치됐다. 각 층에는 20명의 입소 노인이 있어 요양보호사 1명이 10명의 노인들을 살핀다. 각 층마다  1명 정도로 야간에 노인들을 침대에 묶어 둔다. 기저귀를 이유 없이 뜯거나 엘 튜브를 장착한 노인, 치매 노인들이 그 대상이다.

B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곳 역시 야간엔 요양보호사만 남는다. 간호사와 일반 직원들은 주간 근무를 마치고 오후 6시만 되면 모두 퇴근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아 있는 요양보호사가 취하는 조치는 119 응급차량을 호출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응급차량에 동승하지 않는다. 이후 간호실장에 상황을 보고하고 환자 보호자에게 연락한다.

B 씨는 이전에 소방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소방교육은 미팅 시간에 간단하게 구두로만  진행됐다. 장성 노인병원 화재 사건 이후 비상구 통로는 열어 놓는다고 B씨는 밝혔다. 물론 그 이전에는 모두 폐쇄했다.

1인당 20명까지 돌보는 곳도

충청리뷰가 청주와 청원군 관내 15곳의 노인요양시설 근무표를 분석한 결과 야간에 요양보호사 1명이 평균 10명의 노인들을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명까지 돌보는 곳도 있었다.

진천에 있는 이 노인요양원은 야간에 2명의 요양보호사만 배치했다. 이 시설에는 총 40여명의 노인들이 입소해 있었다. 간호사와 일반 직원들은 오후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했다. 원장은 인근 100여m 인근에 있는 자택에 머물렀지만 퇴근 후엔 요양원 업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이곳에 근무했던 요양보호사 C(53‧여) 씨는 요양보호사가 할 수 없는 의료행위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현행 의료법에 의거 간호사에게 까지만 허용되는 썩션(가래 뽑기)이나 엘 튜브 교체 등 의료행위를 요양보호사가 수행했다는 것이다. C 씨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요양원에서 지시해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도 야간에 일부 노인을 침대에 묶어 놓았다. C 씨는 치매환자나 엘튜브를 착용한 환자 중 돌출 행동을 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침대에 양손을 천으로 묶어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요양보호사들이 대거 가입해 있는 공공서비스노조 돌봄충북지회 윤남용 위원장은 “장성 화재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재가 나면 1분 안에 목숨을 잃는다”며 “요양보호사 1명이 10여명의 거동이 안되는 노인들을 대피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지회장은 “모든 노인요양원들이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야간에 요양보호사를 배치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며 “일반 직원이라도 야간에 남아 있어야 하지만 배치하는 곳은 거의 없다. 소방교육도 없다. 화재가 나면 대량의 인명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근무제 변경으로 낙상사고 발생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 주장 … 근무제 환원해야

간병인 교대근무제 전환을 둘러싸고 노사간 마찰을 빚고 있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병원장 한수환)에서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이 병원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병원의 변경근무제 시행 첫날인 6월 9일 밤 10시 경 간병사가 없는 사이 홀로 화장실을 가려던 80대 여성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6월 9일부터 간병사들은 병원의 변경근무제 시행으로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간병사 1명이 3병실을 오가며 24명의 환자를 돌본다”며 사고의 원인이 근무제 변경에 따른 근무인력 감소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간병 2교대 근무제를 지난 9일부터 전면 시행했다. 이에  노조는 “병원의 변경근무제는 환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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