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SW산업 활성화 토론회를 참석하고...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살아나야 한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의실에서는 비장한 분위기로 '중소SW사업자협의회'가 출범하였다.
또한 16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한국정보산업연합회도 25일 조선호텔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의 국산 소프트웨어 구매 확대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충북 지역에서도 지난 29일(화), 충북 도청 회의실에서 '충북SW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 개발 및 관련 기관의 역할' 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국내에서 회자되기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충북 지역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고현진원장은 세계 SW시장 규모가 6,734억달러 라고 하였다.

반도체 시장의 10배 수준의 시장으로 대한민국이 2만불, 3만불 시대를 원한다면 이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분야라고 하였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필연적 외침이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지 못하는가. 산업을 통틀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회사의 사장(한국)을 지내신 분이라서 역시 다른 것인가.

이미 정부에서 구매한 외국 소프트웨어가 얼마인지, 기업들이 구매한 것은 얼마인지, 학교에서 구매한 소프트웨어는 얼마인지..., 엄청난 돈이 소프트웨어 구매비용으로 유출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란 것은 만드는 비용(R & D)은 엄청나게 들지만 재생산하는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것이 특징이다. MS사가 윈도우즈95를 만들 때 650억원을 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품을 팔기 위해 재생산하는 비용은 4천원 수준이다. 한번 제대로 만들기만 한다면 대량 판매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거의 제로인 것이다.

엄청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제품의 매력이 넘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장을 모두 선점 당했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정부의 안일한 정책 덕분이다.

SW산업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한가지 예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정보처리기사'라는 자격증이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80년대에는 '어셈블리언어'라는 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했다. 어셈블리언어는 컴퓨터의 대형, 소형에 따라 다른 기계어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임베디드 SW를 생각한다면 매우 중요한 과목이었다. 어셈블리언어는 컴퓨터를 이해하고 소프트웨어 원천적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공개소프트웨어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계어(Machine Language)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과목을 없앴다.

세월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이유였겠지만 수험생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반문하고 싶다. 당시에는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어셈블리언어, 통계학 등 2과목만 없애면 정보처리기사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많았던 때이다.

그것도 시장 원리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러한 결과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일부 몇 개 업체를 제하고는 지리멸렬하게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은 고사하고 해외 시장의 1.5% 수준 밖에는 차지할 수 없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의 석권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얼마인가. 원천 기술료, 자재비, 유통비 등등 제하고 나면 속빈 강정이 아닐까.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은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A. 스미스의 국부론( 國富論,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 보면 국가는 국가의 존립을 위해 국방·사법을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되며, 더욱이 개인의 영리사업으로는 부적당한 각종 공공사업(교육·토목) 등을 담당해야 한다고 하였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SW산업이 개인의 영리사업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SW산업은 공공사업으로서 국가가 책임지고 구축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SW산업은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SW사업계에서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정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이므로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간이 상업활동을 위해 도로를 내고, 터널을 뚫겠는가. 시장 형성이 되지 않으면 민간은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고 진리이다. 토론회에서 미래지향적 결과를 찾았다면 충청북도 정정순 경제통상국장의 SW업계의 고충을 듣고, 관심을 갖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SW산업 발전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금번 토론회를 기치로 충북 지방정부는 SW산업에 대한 이해를 하고 SW가 갖는 인프라적 성격을 인지하여 SW보급 주체로서, 그리고 주요 소비자로서 정책 수립을 통한 충북 SW산업 발전을 위한 충분한 전략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충북 지역의 SW사업계는 일치단결하여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내공을 키워야 할 것이다. 기업은 성공하기 위해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한다. 아니 산보다는 절벽(캐즘, Chasm)을 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SW업계는 지자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심체가 필요하며 또한 기술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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