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땅값 뛰니 욕망이 표 모아줘” 충청인 비하 되레 역풍

충북 민심을 달래려 내민 ‘청주 출신 총리’ 카드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총리 후보로 지명한 문창극(66)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비난 여론이 전국을 달구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12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각발표 시기가 불확실하다”고 말해 ‘문창극 망언’ 사태로 개각작업에 제동이 걸렸음을 시사했다.

극우 성향의 문 후보자는 언론인 재직 시절 이념편향적인 칼럼을 쓴 것에 이어 민족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9시 뉴스’는 문 후보자가 2011~2012년 사이 서울 지역의 여러 교회에서 강연한 장면들을 보도했다. 문 후보자는 이 영상에서 ‘이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건 하나님의 뜻’,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등 일본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또 ‘조선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게 디엔에이(DNA)’라고 우리나라 민족성을 비하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초빙 교수 시절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받을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일본 사과를 요구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반대 입장이다.

고향인 충북 지역에서조차 ‘문 후보자는 안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문 후보자는 2010년 1월 18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세종시 건설을 정치 장난으로 깎아내리고 “땅값이 뛰니 충청도 사람들의 욕망이 표를 모아주었다”고 지역민들을 비하했다.

지역에선 “6·4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에 전패를 안겨 준 충청민심을 끌어안으려고 문 후보자를 총리로 지명했겠지만 세종시를 지키려 거리로 나선 충청인들을 비난했던 인사를 선택한 것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 후보자의 초·중학교 선배인 남재희(80) 전 노동부 장관은 “충북 출신이라기보다 이북 출신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남 전 장관은 “(문 지명자가) 청주 석교초와 청주중을 나왔지만 청주 시절에 일절 관심도 없고 동문들과도 안 어울렸다”면서 “서울고만 상대한다”고 했다. 생물학적으로는 충북 출신이지만 잠깐 거쳐간 곳으로만 생각한다는 얘기다.

청주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씨의 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에 따르면 문창극 씨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우리 민족성을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낸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미 총리 인선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고향에서조차 외면당하는 인사를 밀어부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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