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네거티브(negative) 선거’란 부정적 선거라고 말한다. 용어의 어원은 필름에서 왔다. 원래의 모습이 아닌 반대의 화상이 보여 상대후보를 부정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때 흑백네거티브 필름과 늘 함께 했다. 적절한 조명에 따른 알맞은 감도, 손으로 돌려 맞추는 수동추점과 노출, 테두리에 흰 여백으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한 기술, 황금분할 구도, 그리고 암실에서 현상, 중지, 정착, 수제, 건조까지 이르는 단계를 거쳐야 나오는 귀한 네거티브 필름 한 롤(36컷). 여기까지가 화상이 반대로 보이는 네거티브 단계이다. 더 험난한 것은 그 필름을 확대기에 넣고 반대로 맺힌 필름의 컷을 골라 적절한 노출을 주어 인화하는 단계다. 그만큼 부단한 노력과 섬세함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네거티브 필름이 나오기 어렵다는 증거다.

누가 어떻게 처음 쓴 말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대문명에서 사진을 보편화시킨 네거티브 필름의 그 고귀하고도 값진 발명의 의미가 단지 용어의 의미인 ‘부정적’인으로만 쓰인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로 차분하게 이어졌던 선거는 역시나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막을 내렸다. 각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검증은 초점이 흐려졌다. 후보자들은 대규모 선거운동원들을 이끌고서는 주민들에게 정책을 알리기보다 정당과 얼굴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대다수였다.

▲ 정당공천폐지에 대한 소신으로 소속정당을 탈당한 한 기초의원 후보가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기초의원에 출마한 후보자가 눈에 띄었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가 약속했던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그는 소속정당을 탈당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다른 경쟁 후보처럼 그럴듯한 선거사무실의 거대한 현수막도, 선거운동원도 없었다. 오래된 자전거를 타고 홀로 지역구 곳곳을 돌아다니고 명함을 돌리고 SNS를 통해 선거운동을 했다. 동네를 잘 살리기 위한 공약을 주민들에게 알리려 했지만 거대 정당의 세몰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말한다. “비록 떨어졌지만 후회는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결국 정당정치의 대결구도로 갔다.”며 “풀뿌리지방정치의 한계를 느낀다.” 그는 그동안 혼자서 명함을 하루 평균 1200장이나 뿌렸다. 우리 동네 일꾼이 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보다 관심을 갖고 정당보다는 인물로 평가하는 유권자의 자세와 부정적 의미의 네거티브가 아닌 섬세하고 값진 사진필름으로서의 해석이 담긴 선거운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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