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세월호 참사로 잘될까 싶던 6·4지방선거가 별탈없이 끝났다. 모든 선거는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은 유권자의 ‘절묘한 선택’이란 제목으로 여야 무승부 판정을 내렸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야당이 시장과 시의회를 석권하고 부산·인천·수원에서 시소게임을 벌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충북의 개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의 승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선 광역의원비례대표선거 정당득표율을 보면 새누리당 53.44%로 새정치연합 38.98%보다 15%나 높게 나타났다.

4년전 제5회 지방선거 때는 새누리당 33.98%, 옛 민주당 45.29%로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가까스로 지사 선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청주시장, 충주시장을 잃었다. 도의회를 비롯한 10개 기초의회의 다수당이 모두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어찌보면 새누리당의 압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불신 여론이 야당의 반전카드가 된 것을 감안하면 역부족이라 할 수밖에 없다.

올초 새누리-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더블스코어 차이를 보였다. 야당은 서울지역 선거도 전망이 어두웠다. 통합진보당은 김석기 의원의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중도층의 이반을 심화시켰고 옛 민주당은 ‘존재감 없는 야당’으로 치부됐다. 충북도 정당 지지도가 더욱 벌어진 상황에서 믿을 건 현역 프리미엄밖에 없었다. 그나마 지사, 제천시장, 진천군수, 증평군수를 확보한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표심이 4년만에 정반대로 뒤바뀌는 현실에 대해 유권자들의 쏠림투표 현상을 꼬집을 수 있다. “바람한번 불면 막을 재간이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선거의 고질적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충북 지방선거에서 일부 희망적 조짐이 나타났다. 지방선거 취지에 걸맞는 인물중심의 투표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청주시장 선거의 새누리당 이승훈 당선자와 제천시장 선거 새정치연합 이근규 당선자가 그 증거인 셈이다.

두 당선자의 공통점은 그동안 각종 후보자 지지도 조사에서 상대후보를 이겨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식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대 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청주지역 유권자들는 지사 선거에서 야당 이시종 후보를 찍었지만 시장 선거에선 여당 이승훈 후보를 찍은 것이다.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인물 중심의 분리투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제천시는 새누리당 중진 송광호 의원의 텃밭이며 전통적인 여당 강세지역이다. 새정치연합 이근규 당선자는 16년간 제천에 터잡고 살며 한 우물을 팠고 마침내 정당 벽을 무너뜨렸다.

청주 유권자의 분리 투표로 인해 지사-청주시장의 런닝메이트 관행도 깨졌다. 통합청주시 출범으로 위상이 높아진 청주시장과 지사의 소속 정당이 다르다보니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집권여당과 견제야당 모두 소통 창구를 갖고 지역 현안을 협의한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내부에서 서로 공을 다투다보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쪼록 선출직 7전 전승의 관록을 가진 이시종 지사가 합리적인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청주시장 선거 승리로 인해 당내 위상이 높아진 정우택 의원과 다선 중진인 야당 의원들도 공조를 통해 그들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길 기대한다. 이같은 기대가 현실이 된다면 민선 6기 충북호는 국토의 중심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중심으로 순항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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