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욱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파견교사

▲ 한영욱 교사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거리를 장식하던 각 후보들의 이름과 슬로건이 내려지고 선거 시기에 오고갔던 날선 논박들도 차차 잊혀져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 특히 나는 이번 충북교육감선거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민주주의의 현 주소가 정말로 부끄러웠다.

학교에서 우리는 선거가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을 뽑는 대의민주주의의 중요한 방식이라고 배우고 가르친다. 따라서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를 판단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충북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어느 후보는 시종일관 정책도 비전도 아닌 ‘비전교조 출신’ 임을 현수막에 높이 걸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을 전교출신에게 맡기겠습니까’라며 현재 충북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2,000여명 전교조 가입 교사들을 ‘위험한 사람들’로 취급하면서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명예를 어떠한 합리적 기준과 근거도 없이 실추시켰다.

나는 전교조 1세대 선생님들을 스승으로 두었다. 내가 교직을 선택한 이유 중에는 그 분들에 대한 존경심, 닮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는 스승의 모습을 보며 교사가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자 한다.

이처럼 한명의 교사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매일 매일 무수히 많은 아이들과 교류하며 성장을 돕는다. 따라서 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독립된 하나의 세계로 존중하고 인정받아야한다. 그런데 그 후보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개별 교사들을 뭉뚱그려진 덩어리로 취급하고 여기에 색깔을 입히고, 오명을 덧씌웠다. 그에게 교육감 후보로서의 정체성은 전교조를 배제하는 것이 유일한 것인 듯했다.

포용력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그가 신념으로서 특정 교원단체를 배제하고자 했다면 리더의 덕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며, 득표를 위해 잠시 포용력을 버렸다면 기회주의자일 뿐이다. 선거 과정에서의 이런 모습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가 없다. 또 우리가 가입한 단체,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언제 마녀 사냥처럼 공개적인 무시와 모욕을 당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사회를 만드는 행위를 선거라는 민주주의 실천 공간을 통해서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늘 오늘 보다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이것은 교사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품는 소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교육감 선거가 미래 교육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학교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하여 대화하는 장이 되기를 바랐다.

비록 겉으로 드러난 선거 양상은 그러지 못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좋은 교육을 바라는 충북의 유권자들은 혼탁한 흠집내기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과 비전에 귀를 기울이고 현명한 판단을 했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선거를 통해 더 이상 타인에 대한 비방,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흑색선전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태도는 절대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으며, 오히려 자신을 깍아내리고 만다는 민주 선거의 원칙이 더 이상 교과서에만 남아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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