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녀 없는 유권자 관심 밖 교육감 선거 따로 해야”

▲ 신미양 주부
드디어 6.4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느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전 세대를 아우르며 관심몰이를 했다.

민관유착 등 부정부패가 좌시한 안전불감증과 느림보 거북이가 친구하자 할 정도의 느려터진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 등으로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수백여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후의 선거라 관심은 더욱 뜨겁다.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6·4 지방선거 청년유권자네트워크는 최근 부재자 투표층의 투표율을 올리고자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를 주장했을 정도다. 특히 시사에는 관심도 없고 뉴스나 신문보다는 드라마에만 빠져 있다고 살짝 무시당했던 아줌마들의 ‘한 표 열정’이 불탄다.

세월호 참사로 현 정부에 뿔이 난 이른바 ‘앵그리 맘’이라 불리는 40대 주부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민지연씨(38·세종시)는 “정해진 각본대로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대통령에게 ‘수첩공주’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지 않냐.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가 돼서 투표권 행사를 안 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주부 김지영씨(43·오창읍 각리)는 “엄마들 사이에서 명함을 안돌리는 사람을 뽑겠다는 농담도 돌고 있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 분위기인데 인사를 너무 크게 하는 사람은 얄미워 보여 싫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까지 명함을 주는 무개념 후보는 뭐냐는 등의 다양한 반응들이 있다”며 “예전에는 아예 관심거리조차 아니었던 선거유세풍경에 하나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한 주부가 후보자별 선거 공보물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엄마들의 선거 관심이 뜨거운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지역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오모씨(42·오창읍 각리)는 “교육감에 따라 학교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동안의 우리 지역 교육분위기를 두 자로 요약하자면 ‘허세’였던 것 같다”며 “학교측에서 자모회 ‘치맛바람’을 좌시하는 듯 했고 학교 폭력에서도 오히려 피해자가 숨어 지내게 되는 등 불편한 진실들이 많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소중한 한표, 한표가 모여 교육계에도 혁신을 일으키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주부 김토림씨(35·전주)는 “도지사, 시장, 시군의원 후보들사이에서 교육감 후보들은 묻히는 게 사실”이라며 “열성 엄마들은 SNS상으로 후보들의 공약을 서로 공유하기도하지만 학교다니는 자녀가 없는 사람이면 큰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다. 교육감 선거는 따로 해서 더욱더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선거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한편 보수성향이 강한 일부 시니어층은 현 정부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텔레비전을 보던 이모 할머니(65·오창읍 양청리)는 별안간 옆에 앉아있던 젊은 부부에게 호통을 쳤다.

세월호참사 담화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저 눈물이 진짜일까라고 했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들 젊은 부부는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는데 저게 진짜지 그럼 가짜겠냐”며 다그치는 이 할머니를 피해 자리를 옮겼다.

이 할머니는 “대통령이 잘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진 못할 망정 꼬투리만 잡으려는 젊은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새누리당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고모씨(여·50·청주시 상당구 사천동)도 “여권 후보가 당선이 많이 돼야 박 대통령이 수월하게 일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지인들을 만나면 ‘잘 모르겠으면 어설프게 표를 분산시키느니 무조건 1번을 찍어라’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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