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헌안왕이 18세에 국선이 된 응렴에게 물었다.
“낭은 화랑이 되어 사방을 유람했는데, 무슨 특별한 것이라도 보았는가?”
낭이 아뢰었다.
“신은 아름다운 행실을 가진 사람 셋을 보았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게.”
낭이 말하였다.
“다른 사람의 윗자리에 있을 만한데도 겸손하게 다른 사람의 아래에 앉아있는 사람이 그 하나요. 세력 있고 부유한데도 의복이 검소한 사람이 그 둘이요. 본래 귀한 세력이 있는데도 그 위세를 떨치지 않는 사람이 그 셋입니다.”
<삼국유사 기이 제2 경문대왕 중에서>

이런 사람 찍지 않으셨죠?

아버지가 19세에 유권자가 된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유권자가 되어 투표권을 가졌는데, 무슨 투표의 기준이라도 가졌는가?

아들이 물었다.
“뽑아서는 안 될 행실을 가진 사람 셋을 알려주세요.”

아버지가 말하였다.
“그런 인간들을 알려줄게.”

아들이 유심히 들었다.
“다른 사람이 윗자리에 있을 만한데도 거만하게 다른 사람의 위에 앉으려는 사람이 그 하나다. 세력 있고 부유한 것을 의복으로 뽐내는 사람이 그 둘이다. 본래 귀한 세력을 등에 업고 그 위세를 떨쳐대는 사람이 그 셋이니라.”

1100여 년 전 신라시대나 지금이나 사람을 평가하는 시각은 똑같았던 것 같다. 겸손하고 검소하고 위세를 부리지 않는 이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현대에 이르러도 혼란스럽다. 국민이 유권자가 되어 인재를 뽑는 선거에서 마음에 쏙 드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당선되는 후보의 면면은 오히려 경계해야할 조건을 두루 갖춘 경우가 많다. 차상이라도 골라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최악을 걸러야하는 것인가. 정답은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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